안팎으로 변화와 새로움에 대한 열망이 뜨겁다.

월드컵의 일시적인 '현실 착란' 시기를 제외하고는 지난 3년간, 아니 어쩌면 IMF 이후로 지속적인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99년 벤처붐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모두들 IT를 통한 신경제부흥을 기대하기도 했으나 그것도 잠시 뿐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확실히 변화하는 한해가 될 것이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긴장상황이나 미국과 이라크의 관계 및 유럽시장의 침체, 일본시장의 붕괴 등이 올해 어찌됐든 결론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해야할 일은 무엇일까. 일단 남들 걱정은 뒤로 하고 발등의 불부터 꺼야한다. 그 견인차 역할을 지식정보 기반의 내실있는 벤처기업들이 담당해 주리라 믿는다.

필자가 컨설팅 회사의 대표로서 고객과 생사를 같이하면서 가슴깊이 터득한 것 중의 하나는 경영자가 인식을 바꾸면 회사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경영자가 인식의 변화를 하지 않는다면 이번 해를 넘기는 것은 지난 3~4년을 버텨온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울 것이란 점을 말해두고 싶다. 특히 벤처기업처럼 투지와 아이디어 하나로 시작해 자본의 힘에 의해 내둘렸던 기업의 경영자라면 이러한 변화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다.

경영자들은 첫째,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과다하게 찾으려 하지 말아야 한다. 즉 이제는 'Need(demand)'에 부응할 것이 아니라 'Lead'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미 고객인 사람이 원하는 것을 찾아 제공하기에는 시기적으로 타이밍을 놓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끄는 자세가 더욱 중요하다. 올해 경제구도는 '속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완벽함보다는 빠르게 환경에 대응하고 변화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추진력이 절실한 것이다.

지금까지 기업들은 새로운 사업을 기획할 때 '고객에게 어떠한 혜택을 줄 것인가' '무엇을 제공할 수 있을까' 만을 과다하게 고민해왔다. 이러한 사고방식을 가진 경영자가 운영하는 회사는 정말 그 비전(?)대로 고객에게 혜택만 돌려주다가 사라지고 만다. '정보의 바다' 속을 신나게 헤엄칠 수 있는 고객에게 충성심이 사라진지는 이미 오래다. '사업(Business)은 사업이다.' 고객에게 부가적인 혜택을 돌려주는 시기도 그 사업이 이윤을 발생시킬 수 있은 후에야 고려할 일인 것이다.

둘째, 기존의 '핵심역량'에 대한 정의를 무시해야 한다. 새로운 핵심역량은 기존의 노하우보다는 '간접경험' 및 '독점정보'에 대한 의존도를 더 많이 요구하고 있다. 연필을 만들던 회사가 지우개를 만드는 시대는 지났다.

오토바이를 만들던 기술력이 자동차만을 만드는 시대는 끝이 났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리더들이 강조하는 창조정신이 곧 핵심역량이고 이러한 핵심역량은 연필에서 자기부상 열차를 상상할 수 있어야 하며 오토바이에서 다리가 없는 안경을 착안할 수 있어야 한다. 조금 더 그리고 계속 조금 더 창조적인 광기를 수용하는 경영자적 포용력 없이는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 차라리 지금 갖고있는 것에 미련을 갖기보다는 조금이라도 손실이 없을 때 사업을 비싸게 매각하는 편이 낫다.

셋째, 사람에 투자하되 내부조직이나 아웃소싱의 형태가 아닌 네트워크와 인프라에 집중해야 한다. 자본잠식은 이미 대부분의 기업들이 경험하고 있는 형태다. 증가되는 차입규모로 인해 부채율이 늘어나고 있는 기업도 상당수다. 그 부채가 임직원들의 급여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면 그것은 이미 심각한 수준에 와 있다고 할 수 있다. 월 매출이 1억원도 안되는 회사가 인건비로만 1억원 이상이 지출된다고 한다면 이미 한심한 수준이다. 아웃소싱을 한다고 하지만 이것도 근원적인 병패를 제거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모든 것을 실적 중심의 경영체제로 혁신해야 한다. 실적이 있고 사업이 영위돼야 그것에 대한 보상도 따르는 법이다. 사실 충성스런 직원을 기대하는 것은 전근대적인 발상이라고 하지만 회사야 어찌되든 자신은 급여만 정상적으로 받는다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직원들의 타성 또한 이제는 깨줄 필요가 있다. 과거의 현금흐름과 영업 프로세스(Organisational communication)가 비즈니스를 통해서 이뤄졌다면 앞으로 자본은 다시 개인(인간)을 통해서 생성, 유통될 것이다. <정재천 (제이슨헬프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