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자, 명예퇴직자, 고령창업자, 여성창업자 등의 가세로 창업시장은 포화상태가 된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사를 하면 월급쟁이보다 낫다며 예비창업자들이 창업전선으로 뛰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창업 현장에서는 장기 불황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기존 사업자들의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돼 폐업한 사업자의 수만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자영업자의 손익구조도 열악하기 짝이 없는 실정이다. 4인기준 도시근로자가구의 소득수준인 301만원(2003년말 통계청)의 60% 정도가 자영업자의 평균 소득이다. 5.6가구당 1세대씩 자영업을 하는 형국이며 창업전선에 부부가 함께 뛰면 겨우 인건비만 건지는 수준인 셈이다.
 
자영업의 어려움은 대체로 영세 상인들에게 가중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포화상태인데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대기업까지 반찬사업에 뛰어드는 등 전통 자영업의 설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을 뿐 아니라, 외국계 외식업체와 대형할인점의 공세적인 점포 확장도 위협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홈쇼핑, 인터넷쇼핑몰 등에서도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 있어 자영업자들의 텃밭을 위협하고 있다. 무한경쟁시대에 돌입한 현재 상황에서 대기업들과 자영업자들이 경쟁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시장에 대한 냉정한 접근과 분석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뛰어들면 실패할 확률이 70% 이상이다.
 
최근 폐업하는 자영업자들의 원인을 살펴보면, 계속되는 매출감소에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상승이 주범이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상가임대차보호법 전에 급등한 건물임차료도 한몫을 한다. 그동안 경기회복을 기다리며 신용카드 돌려 막기 등으로 미봉책을 써보았지만 결국 가계부채만 늘었으며, 매출도 신용카드사용 정착으로 투명해진 덕분에 세금부담만 과중하게 됐다. 신용카드와 가계문제 등은 결정적으로 자영업의 채산성을 악화시키는 구조적인 환경이다.
 
특히 재래시장의 상인들에게는 더욱 심각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소비자들은 디지털세대로 합리적이고 편의 추구적이며 건강 지향적으로 소비자 라이프사이클이 변해가고 있는데 반해 대부분의 재래시장 상인들은 고령화에 디지털마인드를 갖추지 못하고, 아날로그 영업방식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적인 지원시책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자영업에 가장 큰 힘은 역시 경기회복이다. 발 빠른 정부의 실효성있는 내수 진작책이 필요하다.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2004년 예산 1천200억원도 조기 집행돼야 할 것이다. 이대로 무너지고 난 후 민생대책이 해결된다면, 그때까지 살아남은 가진 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게 될 것이다. 대기업이나 대형업체들과 공정하게 게임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한편 소비 활성화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방법적으로는 재래시장의 환경개선, 지자체와 연계한 축제 등을 개최하는 등 소비자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테마시장으로 변신을 유도하고, 상가번영회나 조합 등의 결성을 추진시켜 공동구매, 공동홍보 등을 통해 유통구조개선을 하게 만들어야한다. 이외에도 자영업자들을 위해 점포경영, 창업강좌 등 소상공인의 경영개선을 위한 교육지원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지원정책에 기대하는 것은 금물, 자영업자 스스로도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파산하고 난 후 정책이 나오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들은 자구책으로 매출증대를 위해 홍보에 주력해야 한다. 둘째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통해 기존 고객의 충성도를 높여주는 고객관리작업이 필요하며, 셋째 원가절감을 위해 다품종을 취급하기보다는 전문점 형태로 변신해야한다.
 
오늘도 자영업에 도전하는 수많은 예비창업자들은 실업문제의 도피처가 아닌 생존을 다투는 전쟁터로 나간다는 마음으로 창업에 임해야 할 것이다. 창업을 시작하는 단계에서부터 철저한 정보와 기획력이 필요한 실정이다. 대형업체의 틈새개발, 매출증대전략, 홍보전략, 과학적인 경영, 고객서비스, 원가절감 등의 수많은 과제가 기다린다. 물론 이러한 과정이 너무 힘들다고 판단되면 프랜차이즈시스템을 활용하는 것도 바람직한 창업방법이다. 그러나 본사도 사업을 하는 주체인 만큼 맹신하는 것은 금물, 신중하게 선택해 피해를 보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최재희(연합창업지원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