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우루과이 라운드 농산물 협상이 93년 말에 타결된데 이어 94년에는 세계무역기구가 출범함으로써 한국농업과 농촌은 개방화·국제화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일대 전환기를 맞게 됐다. 정부는 지난 93년부터 98년까지 6년동안 농어촌구조개선대책으로 42조원이 농업·농촌에 투입됐고 94년부터 2004년까지는 농어촌특별세 15조원을 투자했다.
 
농업부문에 대한 이와같은 대규모 자금지원은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경영규모의 확대·농업기계화 촉진·시설현대화 등 물적자본에 기초한 하드웨어에 집중적으로 투자됨으로써 시설원예·과수·축산부문의 생산성 향상과 성장 잠재력의 증가를 가져왔다.
 
하지만 농산물의 생산과잉과 수입농산물의 급증, 노동력의 고령화에 따른 일손부족, IMF 등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둔화로 많은 어려움을 받고 있으며 가격하락으로 인해 농업소득은 오히려 정체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최근에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의 타결, DDA 농업협상, 쌀 재협상을 비롯한 농산물 개방화 추세가 가속화됨에 따라 우리 농민들의 분노와 위기감은 절정에 다다르고 있다.
 
이런 농업인들을 위해 경기도는 2004년부터 '선택과 집중'의 전략적 마인드를 바탕으로 수도권 지역의 특성과 강점을 살릴 수 있는 획기적인 '선택형 맞춤 지역특화 농정사업'에 순수 지방비 443억을 투입, 명품농업·그린농업·수출농업·벤처농업·관광농업 등 7개분야 41개의 지역특화사업을 추진하고 나섰다.
 
이같은 선택형 맞춤 농업사업은 2004년도 농림부 특수시책평가 결과 최우수사업으로 선정됐으며, 경기도 자체사업 평가결과 4대 우수사업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대표적인 과수농업 가운데 포도의 경우 한·칠레간 FTA 체결로 사양산업으로 판단됐고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폐원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그러나 지난해 전국 최초로 경기도에서 추진된 선택형 맞춤농정사업의 송산포도 명품화사업 추진으로 현재는 포도재배농민들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꽃이 피어나고 있다.
 
재배여건이 열악한 노지재배 방식에서 무가온하우스, 비가림시설 재배 및 저온저장고 지원을 통해 첫째 노지재배보다 약 40일정도 출하를 앞당겨 7월초부터 10월 10일까지 포도의 출하시기를 분산시켰고, 둘째 14~15브릭스 정도에 불과하던 당도가 18~19브릭스 이상으로 향상됐다. 또 마지막으로 노지재배시 잦은 비로 인하여 발생하는 열과등의 병충해 발생을 억제시키는 등 품질 고급화로 10㎏당 2만원 내외에 판매하던 포도를 3만~4만원에 판매하게 됐고 백화점과의 직거래 등 판매 방식도 전환됐다.
 
특히 우리가 생산한 송산포도를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홍콩 등 아시아 지역에 50여t(1억8천만원)을 수출한 성과는 말로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같은 선택형 맞춤농정사업이 앞으로 더욱 발전하려면 종전의 천편일률적인 지원방식의 고정관념을 개선하여 농업 자체보다는 농촌과 농민을 중시하는 지역개발과 인본주의적 농정으로 전환하고 투자의 효율성을 확보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아무쪼록 선택형 맞춤 농정사업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경기농업과 농촌이 새롭게 발돋움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되기를 바라고 한국농업의 선구적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농정관계자들의 고군분투를 당부한다.
 
끝으로 포도재배농가들에게 간곡히 당부드리건대 명성있는 송산포도의 브랜드를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소비자를 가족처럼 생각하는 것은 물론이고 내수 판매가 유리하다고 수출을 기피하는 일이 없어질때 경기농업 또한 세계 속에 우뚝 설 수 있게 될 것이다./남기철(송산포도영농조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