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앞바다에 떠 있는 무인도들은 작은 구릉이나 아담한 야산 형태로 저마다 자태를 뽐내고 있다.
 대부분의 무인도엔 수원은 있지만 면적이 작아 등산 등 관광코스 개발은 쉽지 않다. 그러나 자월면 최남단에 있는 선갑도는 다르다. 자월면에 속해 있지만 오히려 덕적군도와 더 가까운 이 섬은 유인도인 승봉도의 면적과 비슷할 정도로 크고 웅장하다. 예전엔 서해를 항해하는 배들의 `나침반' 구실을 하기도 했다. 산 정상은 옹진군에서 가장 높은 해발 352m. 여기다 옹진군 섬 가운데 유일하게 폭포도 있어 등산코스 개발을 고려해 볼만 하다는 게 산악인들의 얘기다. 실제로 선갑도 등산을 하고 싶다는 문의전화가 옹진군 문화관광과에 종종 걸려오기도 한다.
 선갑도란 이름은 옛날에 선녀가 내려와 놀던 곳이라 하여 붙여졌다. 전엔 선접도로 불렸으나 이후 변음되어 선갑도로 됐다고 한다. 얼마전 한국해양연구소가 인천시에 “서해임해연구기지로 조성하려던 부지를 `핵폐기장으로 전환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했다가 인천지역 시민단체들의 반발로 철회한 곳이 바로 선갑도다.
 섬 주변은 해송 및 해안가에 사는 잡목으로 울창하다. 70년대엔 군부대가 이 곳에 주둔했다가 철수한 후 사람들의 발길이 끊겨 마치 원시림처럼 숲이 우거져 있다. 그래선지 구렁이 등 각종 뱀들이 많고 약초도 다양하다.
 C자형의 만을 서쪽으로 벌린 채 타원형의 형태를 한 선갑도는 길이 3㎞, 폭 1.5㎞, 면적 2.155㎢로 험준한 산을 이루고 있다. 서울에 사는 정모씨와 한국해양연구소의 소유. 섬의 경사는 10도 가량 된다. 땅은 주로 사토며 경사지는 사양토로 이뤄져 있다. 섬 서쪽에 10㏊ 정도의 개펄이 펼쳐져 있으며 모래사장도 약간 있다.
 산은 섬 북쪽에 위치하고 있다. 이름은 선갑산. 서쪽과 동쪽, 남쪽으로 200m가 넘는 4개의 고봉들이 이어져 있다. 산 정상엔 못이 있는데 얼마나 깊은 지 돌을 명주실에 묶어 물속으로 던지면 한 타래가 다 없어질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여기서 서편으로 흐르는 물은 하층에 가서 폭포를 이룬다. 수원이 풍부해 농업용수 개발도 가능하다.
 선갑도엔 한동안 군부대를 비롯 사람들의 발길이 잦았다. 6·25 이전엔 한 스님이 들어가 움막을 짓고 생활을 하다 1952년 미군이 주둔하자 떠났다고 한다. 국제첩보원 훈련차 주둔했던 미군이 막사를 짓던중 부대장이 구렁이 한 마리를 권총으로 쏴 죽인 후 그날 밤 구렁이에 몸이 칭칭 감겨 죽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한 쌍이었던 구렁이가 복수를 한 것이라고 한다. 그 후 한국군 부대가 70년대까지 주둔했다.
 산이 암석 투성이어서 해안에서 산으로 올라가려면 `청머레넝쿨'을 비롯 참싸리, 청가시덩굴, 칡덩굴 등으로 얽힌 덤불을 헤쳐야만 들어갈 수 있다. 산 곳곳에 해국과 들국화 군락을 형성하고 있고 억새, 갈대, 초롱 등이 덮여있다. 산 기슭엔 40~50년생 소나무가 우거져 있으며 서쪽엔 해당화와 망개 등이 산 중턱까지 피어 있다.
 골짜기에서 자란 소나무들은 해풍을 맞아 비스듬히 누어 자라 마치 분재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언덕엔 굴타리나무를 비롯 고사리, 돌꽃, 달래꽃 등 다양한 식물군을 볼 수 있다. 소사나무, 순비기나무, 노간주나무 등 해안성 나무도 섬 기슭에서 자란다. 여기에다 동백나무, 팽나무, 서나무 등도 많아 육지의 식물상과 별 차이가 없다.
 멧돼지를 비롯 토끼, 염소, 다람쥐 등과 까마귀, 까치, 매, 수리 등이 서식하고 있다. 매미와 홍점알락나비, 풀무치 등 곤충도 육지 것에 비해 크고 많다.
 해안가엔 굴과 소라 등이 많으며 근해에선 뱀장어, 우럭, 새우 등 각종 어류들이 잘 잡힌다.
 인천환경운동연합의 이혜경사무차장은 “무인도라고 해도 나름대로 독특한 관광자원을 갖고 있는 만큼 자연 그대로 보전하며 개발하는 방안을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張學鎭기자·J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