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했던 단풍은 떨어져 도로변에 뒹굴고 앙상한 가지 사이로 바람이 스산하게 불어오면 곁에 있는 사람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고 새삼 고마워진다.
며칠전 연수차 유럽 3개국을 돌아볼 수 있는 행운을 가졌다. 선진국의 사회복지시설운영실태를 견학하기위한 연수였는데 그동안 공무원끼리 팀이 돼 해외연수를 해왔던 것과는 달리 관련분야 전문가가 포함됐다. 행정서비스의 객체가 주민임을 고려할때 공무원과 전문가가 관련분야에 대해 같이 보고 느낌으로써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런던의 장애인복지관·주간보호시설, 파리의 양로원, 프랑크푸르트의 장애인재활작업장 등을 방문했다. 그런데 우리가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으리으리한 외장을 찾아볼 수 없었다. 약간은 실망감을 안고 내부의 각 방에서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는 장애인, 노인, 어린이들을 둘러보면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보석을 발견하게 됐다.
사회적 약자인 이들이 그렇지 않은 일반인과 함께 어우러지고 똑같이 소중한 인간으로 존중받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장애인시설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면서 막상 주변에 그런 시설이 들어서면 발벗고 나서 반대하고 가정에 장애인이라도 있으면 마치 죄지은 사람처럼 부담스러워하고, 임종이 가까운 노인들이 편하게 생을 마칠 수 있는 시설이 없고, 맞벌이 부부가 모처럼 야근을 할지라도 보육시설에 맡긴 아이를 찾아갈 시간 때문에 안달이 나는 우리의 현실과는 사뭇 달랐다.
연수국 어느 곳을 가나 장애인시설이 주택가 한가운데 가장 좋은 위치에 있고 움직일 수 없는 장애인을 찾아다니며 도와주고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장애인이 가정에서 가족과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보호비용을 충분히 보전해주고, 시설의 장이 정부의 지원예산에만 의존하지 않고 지역사회의 인적·물적자원확보를 위해 세일즈맨이 되어 노력하는 모습은 정말 가슴뭉클했다.
정부, 사회, 시민과 이웃이 함께 할 수 있는 사회통합을 위한 노력과 열정이 참으로 돋보였다.
런던시내를 한눈에 볼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에버랜드의 풍차같이 생긴 `런던의 눈(LONDON EYE)'를 탔을 때의 일이다.
기다리던 사람들의 긴 행렬에도 불구하고 승차시켜도 됨직한 캡슐을 그냥 비워보내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인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그들의 사고를 느낄 수 있었다.
한바퀴를 돌고 내리려는 순간 팀원중 1명이 소리를 내 바라본 광경에 또한번 놀랐다. 비장애인은 작동되는 상태에서 승차했는데 휠체어 장애인이 탑승을 위해 입구에 다다르니 안내원이 기계를 완전히 정지시킨 다음 승차대기소와 캡슐입구의 바닥면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만큼의 턱인데도 불구하고 휠체어가 흔들림없이 통과할 수 있도록 발판을 대어주고 전망이 가장좋은 위치로 밀어넣어 주는 것이었다.
의도하지 않은 정말 우연한 기회에 목격한 그 사건은 연수팀 모두에게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연수를 마치고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온 나는 유럽의 충격을 되뇌이며 주변의 쓸쓸해 할 누구에게나 따뜻하고 소중한 이웃으로 남고 싶다. <최봉순(경기도 사회복지과 장애인복지담당 사무관)>최봉순(경기도>
장애인이 소중한 인간으로 존중받는 사회
입력 2000-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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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1-20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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