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수학능력 시험이 너무 쉽게 출제돼 변별력을 잃었기 때문에 학생들은 어느 대학을 가야할지 갈팡질팡하고 대학들은 우수 학생들을 어떻게 선발해야 할 지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얘기를 자주 듣게된다.
 더욱이 교육부가 내년부터 국·공립대학에 이어 사립대에서도 논술고사 이외에 지필고사를 시행할 수 없도록 법제화함으로써 학생 선발의 자율권을 놓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대학 입장에서는 수능 시험은 변별력이 없고 학교 내신 성적은 공정성 여부 때문에 크게 신뢰할 수 없는데다 지필고사마저 제한해 학생선발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그러나 수능시험은 전체 수험생들을 1등부터 꼴등까지 일렬로 줄세워 학생들의 실력을 변별해내기 위한 시험이 아니라 고등학교 학업성취도를 바르게 평가해 고등학교 교육 정상화에 기여하면서 대학에 진학해 성공적인 대학 수학에 필요한 기초 학습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국가고시다. 때문에 수능시험은 시험문제의 난이도에 따른 변별력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시험 목적에 맞는 신뢰도와 타당성이 있는지를 가지고 논의돼야 한다.
 일부 대학의 요구대로 수능시험의 난이도를 높여 변별력을 강조하게 되면 고등학교 교육이 파행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학교는 대학진학 지도를 위한 학원으로 전락하고 고액과외 교육을 부추겨 결국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이같은 교육은 소위 있는자만이 일류대학에 진학하게 되는 도·농간, 계층간 교육기회의 불평등을 야기, 사회문제가 초래될 개연성이 높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수능시험 결과를 점수화하지 말고 A, B, C, D, E 등 5단계로 등급화하는 방안도 제기하고 있다.
 지금까지 대학들이 스스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다양한 입시방법은 개발하지 않은채 고등학교에서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투자해 생산해놓은 수능성적이나 내신성적에만 의존하는 획일적이고 안일한 선발방법에도 문제가 있다.
 이제 중등교육도 수요자 중심의 교육으로 탈바꿈돼야 한다. 소신없는 `눈치 교육'으로 일관, 학생들의 서열을 가려주기 위한 획일적인 입시교육에 탈피, 시험기술자 양성교육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중등교육 본연의 책무를 다하는 과감한 개혁이 요구되고 있다.
 앞으로도 수능시험이 쉽게 출제될 것으로 예상되자 과학고와 외국어고 등 특목고 학생들은 내신성적으로는 일반고 학생들과 경쟁할 수 없다고 판단, 자퇴의사를 밝히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이는 학부모나 학생들이 고등학교 교육의 특성과 중요성을 망각하고 고등학교 교육을 오직 대학 진학의 징검다리 정도로만 여기고 있다는 반증이다.
 초·중등 교육이 대학진학자를 가리기 위한 징검다리 교육기관이라면 인간교육은 누가, 언제, 어디서 할 것인가?
 왜 교실이 무너지고 학교가 병들어 가고 있는지 학생, 학부모,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 정치인 모두가 교육 본연의 초심으로 돌아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김진춘(수원시 교원연합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