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시작인 설에 관한 별칭은 참으로 다양하다. 예를 들어 원일(元日), 원조(元朝), 원단(元旦), 삼원(三元), 삼시(三始), 세수(歲首), 세초(歲初), 연두(年頭), 연시(年始), 정조(正朝), 춘절(春節), 원진(元辰), 단일(旦日) 등이다.
 한편으로 설을 신일(愼日)이라고도 불렀다. 그 의미는 설을 통하여 행동을 신중히 해야 하고 마음가짐을 경건히 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유래되었으리라 여긴다.
 그러기에 설의 음식 또한 여느 때의 음식과는 다른 특색을 갖는다. 가장 특징적인 것이 차례에 등장하는 음식인 제수이고 다음으로 정월 보름까지 친교하면서 나누어 먹는 세시음식들이다.
 제수는 술, 떡국, 삼색과일, 편, 적 등이다. 이것을 요약하여 `주과포혜'라고 한다. 술은 원칙적으로 소주는 쓰지 않고 청주 등을 쓴다. 특히 설날에는 떡국을 주식으로 하였으므로 팔월 한가위(추석)의 `송편차례'에 비하여 `떡국차례'라는 말도 있다. 설날 차례를 지내는 음식을 차리는데도 정성이 깃들어야 하는데 제수의 만드는 조리법도 정성을 들여야 한다고 조상님들은 가르치고 있다.
 우리 민족의 가장 중요한 4가지 의식, 즉 관혼상제를 크게 두가지로 나누면 관혼례와 상제례이다. 여기에서 관혼례는 모두 생존한 사람들 사이의 의식이라고 한다면 상제례는 고인을 위한 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설날에 치르는 의식은 바로 제례에 중점을 둔 의식행위이다. 우선 설날의 의식절차를 통하여 우리 음식의 특성과 다양성을 살펴보는 것은 설날에 음미해 볼 수 있는 우리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류가 이 지구상에 존재하면서부터 자연의 두려움과 공경심에서 비롯된 신에게 향한 의지의 발로가 제사였다는 점에서 설날의식도 바로 제례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음식의 본래적 의미는 기초적 본능, 즉 배고픔을 만족시키기 위한 생존의 목적에서 출발하였고 그 다음은 영양가 있는 음식을 찾고 다음에는 맛있는 음식, 그리고 그 다음에는 멋의 단계로 발전하여 자아실현 욕구에 해당되는 예술의 단계로까지 음식이 발전하였다. 신체를 보존하기 위해서 출발한 것이 영양가가 있는 음식이라 한다면 어느 정도 굶주림의 욕구를 만족하고 나서부터는 맛있는 음식을 추구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맛있는 음식보다 한 차원 높은 음식의 형태가 멋있는 음식, 즉 아름다운 음식이라고 할 것이다.
 우리 민족은 설날이라는 명절을 통하여 어떠한 음식을 어떻게 먹어왔는가? 예컨대 어떤 외식 절차를 거쳐서 음식에 대한 문화를 형성하였는가를 살펴보는 것은 바로 우리 음식문화의 진수를 보는 일이 될 것이다. 지난해는 여러가지 큰 일, 작은 일, 좋은 일도 많았지만 우리 농업인에게는 심어서 잘 자라주기만 하면 좋았던 채소와 농산물들의 값이 너무 싸서 생산비 걱정을 해야 하는 일도 있어 상대적인 빈곤감과 심적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이 컸던 해인 것 같다. 그러나 새해에는 우리 농사도 풍년이 들고 농산물 가격도 안정돼 경제적인 어려움에서 벗어난 우리 국민 모두가 잘살게 되고 각 가정 위에 사랑과 행복이 깃들기를 기원한다.
<이건순(농촌진흥청 농촌생활연구소 가정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