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전속도가 느린 지방을 살리기 위한 정책들이 역대 정권에서 경쟁적으로 시도돼 왔다. 도로·공업용수, 도시기반시설 등 많은 국비로 SOC를 확충하고 국세와 지방세 혜택을 공언하기도 했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국가산업단지와 지방산업단지가 이러한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산업단지의 많은 부분이 미분양되고 있는 것은 정부정책의 부실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현 정부는 동북아 경제중심 국가건설을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잡고 있다. 이것은 IT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핵심산업의 연관 체계 즉, 연구개발, 부품, 소재산업 등을 육성하면서 관련된 국제 자본과 상품의 흐름을 집중시켜 동북아의 경제적 중심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들이 실제 가시적으로 집행되면 그 효과는 공항, 항만, 금융 등 사회간접자본이 완벽한 수도권에 주로 집중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아마 정책 입안자들도 이 사실은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현 정부는 '선 지방 발전' '후 수도권 개발'이란 지방 우선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나 동북아의 경제중심국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수도권에 대한 규제 중심의 기존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정부는 지난 7월 '2003년도 하반기 경제운영 방향'에서 수도권 소재 공장·법인의 비수도권 이전을 촉진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공장이나 법인을 비수도권으로 이전시에 세제혜택을 주는 대상을 수도권내 '과밀억제권역'내에서, 수도권내의 모든 공장·법인으로 확대한 한편, 이전기업에 대한 정책자금을 더욱 확대·지원하기로 했다.
 
그렇지만 이 방안이 시행될 경우에 경기도내 산업 공동화 및 낙후지역에 대한 역차별이 우려되는 것은 자명하다. 실제적으로 공장이전이 활성화될 경우, 경기도는 일자리는 없고, 사람만 남는 산업공동화 현상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은 경기도 소재 기업들이 비수도권이나 해외로 이전한 부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입주할 경우 기존 종업원수의 최대 20배 가량의 인구가 유입되는 사례에서 알 수 있다. 수도권기업의 비수도권 이전 촉진방안 외에 경기도는 이미 공장총량제를 비롯한 수도권 규제로 인해 도내 기업의 해외투자가 증대함으로써 '산업공동화'현상이 진행 중에 있다.
 
특히 중첩규제로 인해 지역발전이 정체된 접경지역 및 자연보전지역 소재 기업까지 비수도권으로 이전시 혜택을 부여한다면, 낙후지역은 발전을 기약할 수 없는 정책의 사각지대에 남게 된다. 심각한 '역차별'이 아닐 수 없다. 국가균형발전정책으로 더욱 낙후된 지역으로 남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모순적인 결과는 수도권·비수도권이라는 이분법적 접근태도가 그 원인이 아닐 수 없다.
 
'동북아 경제중심 국가건설' '국가균형발전'은 경제적 발전을 추구하기 위한 정치적인 결정임에 틀림없다. 그렇지만 그 과제의 성공여부는 정책의 객체가 되는 기업들의 경제적인 판단에 좌우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동북아 경제중심 국가건설'이라는 과제가 국가경제의 진정한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고 이를 성공적으로 이끌고자 한다면, 수도권·비수도권이라는 국내 지리적 환경의 개념적 틀을 뛰어넘어야 한다./이재창(국회 정무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