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 문제로 63만9천여명의 수험생과 학부모 그리고 수능시험과 아무 관련이 없는 일반 국민들까지도 걱정이 태산이다. 도대체 이 나라의 교육은 왜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은지 모르겠다.
지난 1993학년도 학력고사에서 영어 주관식 8번 문제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제시한 정답 외에 여러가지 답이 나올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 이후 1996학년도 수능시험에서 국립교육평가원이 선정한 출제 검토위원의 명단이 유출되었다는 의혹문제, 2003학년도 수능에서 출제위원 합숙장소와 일정 등 출제관련 정보유출 의혹제기 문제가 불거졌다.
그러더니 이번 2004학년도 수능시험에서는 학원강사 경력자 출제위원 선정 논란문제와 입시문항의 오류문제가 시험 치른지 며칠 뒤부터 제기됐다. 그리고 결국 당국의 안이한 대처가 급기야 수능사상 처음으로 '복수정답인정'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불러오고 말았다. 이로 인해 기존의 정답인 3번을 선택한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피해를 입게 됐고 이들은 온-라인상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주장하는 한편, 법률적인 대응방침도 강구하고 있다.
이같은 교육혼란에 대한 첫번째 책임은 안일하고 미숙한 일처리로 교육대란을 몰고 온 한국교육과정 평가원에 있다. 평가원의 위상이 바닥을 모르고 추락한 지금, 앞으로 어떻게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이 평가원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어쩌면 한국교육과정 평가원이 학생의 수학능력을 평가하기 전에 학생들이 먼저 교육과정평가원을 평가해야 하는 사태가 올지도 모른다. 이런 일이 터질때마다 관련부서의 책임자만 물러나는 땜질처방이 아니라 앞으로 제2, 제3의 혼란을 막는 근본적인 대책을 다시 세워야 한다. 그리고 국민과 교육관계자들로부터 신뢰받는 교육정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입시정책이 표류하다 못해 왜 이렇게 좌초하고 말았는가? 대학에 가기 위해 초등학교부터 들어가는 사교육비가 1년사이 38%가 증가, 공교육비(학교수업료와 납입금) 11만3천원보다 1만1천원이 많은 12만4천원에 이르고 있다고 통계청이 밝히고 있다. 이러한 사교육비의 엄호아래 최전선에서 수능대란을 겪고 있는 학생들의 심정은 어떠할까? 무책임하며 도덕적으로 해이된 어른들을 그들은 어떤 눈으로 보고 있을까? 정말 학생들앞에 부끄러워 머리를 들 수 없는 이 나라 어른들이 되고 말았다.
요즘 신문에는 대선 당시 비자금 문제, 대통령 측근비리규명을 위한 특검문제와 이라크 파병문제, 부안의 핵 폐기장 유치논란 문제, 심지어 50억원이 승용차에 들어가는지 실험해 보는 등 대한민국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이 나라 지도자들은 정신이 팔려있고 학생들이 수능을 치든지 말든지, 교사들이 부족해서 학급당 학생이 50명에 육박하는 경기도의 신판 콩나물 교실이 생기든지 말든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경제불황과 카드문제, 사교육비 때문에 가정경제가 망가지든지 말든지, 시대적 사명감 하나로 교단에서 묵묵히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들 뒤통수에다 공교육 불신이라는 분별없는 말을 해도 누구하나 이 나라 교육을 진정으로 걱정하는 지도자가 없다.
이번 수능시험을 치른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그리고 국민들에게 '이 나라 교육을 걱정하지 마십시오. 백년대계의 이 나라 교육을 책임지고 이끌고 나가겠습니다'라는 빈소리라도 어디 한번 들어보고 싶다.
진정 이번 사건의 진정한 최고 책임자는 누구인가? /이철두(경기도 교육위원)
'수능소동' 누구의 책임인가
입력 2003-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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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2-02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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