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산업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분야 중 하나는 문화 잠재력을 갖춘 산업이다. 세계 각국의 공항과 항구, 관광지의 상품 진열대에 다국적기업의 명품 브랜드가 밀려나고 각 나라의 고유한 문화상품이 자리잡고 있는 사실만 보아도 이를 실감할 수 있다.
 
특히 전통공예산업은 국가간 문화적 지배에서 벗어나는 국가 이미지 전략사업으로, 각 나라 마다 치열한 경쟁체제에 돌입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오랜 세월 동안 투자의 우선 순위에 밀려 수공업적인 형태의 후진적인 제작방법과 전근대적인 유통구조로 인해 경쟁력을 상실해 왔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우리 협회는 지난 5년여 동안 인천시와 산업자원부와 함께 인천국제공항이 인접해 있는 중구 을왕동 일대에 한국 전통공예촌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우리 공예계는 그동안 여러 지방자치 단체에서 전통공예촌의 조성사업을 시도했었지만 규모면에서 영세성을 탈피하지 못하고 한국 전통공예의 대표성을 확보하지 못함으로써 관광자원화에 실패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전통공예촌의 건립 후보지를 선택할 때 막연한 기대심리를 가지고 안일하게 사업을 추진한 잘못이 컸다. 그러나 용유도에 추진하는 이번 전통공예촌 조성사업은 한국 전통공예의 진면목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관광자원으로서의 역할은 물론, 한국 문화상품의 해외 수출의 교두보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한국전통공예촌이 용유도에 들어서야 하는 이유 중 첫째는 문화상품 생산 환경의 개선이다. 국내의 열악하고 영세한 전통공예품의 생산 환경은 제작의욕을 저하시키고 상품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전통공예촌 조성으로 역내에 있는 공예인들이 국내외의 문화상품 생산정보를 공유하게 됨으로써 공예산업의 환경이 크게 개선된다.
 
둘째는 지역경제의 발전과 고용창출 효과다. 공예촌 조성사업은 단순한 문화상품 생산시설이 아니다. 복합기능을 가진 문화 단지로서 문화상품 생산시설, 박물관, 체험관, 전시관, 판매관, 입촌자 주거시설, 관리 및 편의시설, 전통공예기술학교 등의 교육기관, 영빈관 및 국제전시장, 기술개발연구소 등을 위한 배후 유통기능이 갖추어진다. 따라서 이와 같은 공예촌 단지가 원활하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배후지역 인프라를 위한 투자 등이 선행돼야 한다.
 
셋째는 관광자원의 역할이다. 한국 문화상품의 생산 현장을 한 곳에서 보고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은 색다른 관광자원이다. 일본이나 중국 등의 관광지나 특정한 지역은 전통공예촌으로서 이미 관광자원화 돼 문화관광 코스로 정착되고 있다. 우리나라 최고의 문화상품 생산현장을 직접 보고 또 문화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은 관광객에게 큰 기쁨일 것임이 분명하다.
 
전통공예촌은 상품의 기획, 디자인 개발, 상품을 생산·유통하는 순환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한국 전통공예촌이 예정대로 조성되면 관리체계의 효율성과 공정성, 그리고 투명성과 공익성을 분명히 하기 위해 별도의 재단법인을 설립하게 된다. 공동시설인 전시판매관은 국내외 관광객의 수요에 부응하는 다양한 문화상품을 전시 판매하고, 인천국제공항과 연계하는 관광코스를 개발한다면 관광 파급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전통공예촌의 조성은 이와 같은 시대적인 배경에서 볼 때 하나의 상징성을 갖는다. 한국 전통공예기술의 계승 발전을 위한 연구와 보호육성이란 측면에서도 한국 전통공예촌 설립은 시급한 과제이다. /하종철((사)한국전통공예산업진흥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