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국방부는 이라크의 북부 술레이마니야와 이르빌 중 한 곳을 정하여 6월중으로 파병을 완료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들 지역은 사담정권시절에 혹독한 탄압으로 자연적으로 친미성향을 지니게 되었고 1991년 걸프전 이후에는 미·영연합군의 비행금지구역설정으로 이라크 비행기가 얼씬거리지도 못했다. 그 덕분으로 비교적 안정되어 있으며 경제사정도 나은 편이다. 작년 전쟁시에도 미군의 공격을 받지 않았고 타지역에 비하여 기간사회시설이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다. 어쨌든 지역선정이 완료되겠지만 이와 관련하여 몇 가지 문제를 고려해보지 않을 수 없다.
첫째, 본래 우리 군의 파병목적은 작년 이라크 전으로 피해를 본 지역에서 평화재건을 한다는 것이 주목적이었는데 상당히 치안유지가 잘 되어있는 지역에 파병한다는 것이 대의명분과는 거리가 멀다. 재건 수요가 없는 곳에 수많은 병력이 과잉 투입되는 것은 보기에도 그리 고운 시선은 아니다. 이 곳은 쿠르드 자치주라서 페쉬메르가라는 쿠르드 민병대와 경찰 2만1천여명과 미군 210명이 잘 치안을 유지하고 있다.
둘째, 이 지역은 외부적으로 평온을 유지하고 있으나 언젠가는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지역이다. 왜냐하면 쿠르드족이 그간 친미적이었고 또한 작년 전쟁시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온 것은 '독립’쟁취라는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구가 2천500만여명인 이들은 11~12세기에 아이유브왕조를 세웠지만 16세기 초에 오스만 투르크에게 정복당하여 아직 독립된 국가건설을 하지 못하고 있다. 헌법이 입안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뜻이 제대로 관철되지 않으면 종족분쟁이 일어나 자의든 타의든 우리 군이 말려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셋째, 아랍권 및 터키와는 어떤 관계를 설정할 것인가? 아랍권은 쿠르드족의 독립을 원하고 있지 않다. 이들의 독립이 쿠르드족이 살고 있는 자국(터키, 이란, 이라크, 시리아 등)의 독립이나 분쟁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로서는 아랍권과의 불편한 관계로 반한 감정을 불러일으켜 원유확보의 어려움이나 앞으로 대 중동진출시에 쓸데없는 부담을 안게 되는 문제가 있다. 그리고 이라크 민간정부 출범시에 우리 기업들이 수주할 외화도 어마어마한데 모두 건지기 어려운 그림의 떡으로 될 공산도 있다. 지금 가서 할 수 있는 것은 다만 이란·이라크 전쟁의 폐허를 재건하는 일 뿐이다.
넷째, 장병들이 사용할 언어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항간에는 아랍어는 필요없고 쿠르드어만 사용되니 국방부가 지난 1월부터 통역장교 아랍어 교육과 장병들에게 간단한 아랍어교육을 교육한 것은 무용지물이 아니겠는가라는 우려가 있었다. 사실 1991년 자치권을 얻은 후에 쿠르드 자치주에서는 아랍어 사용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물론 그간 이라크 중앙정부는 공식교육을 통하여 아랍어를 가르쳤지만 쿠르드어를 또한 공식어로 인정했다. 젊은 층은 특히 아랍어 사용을 기피하고 혐오하여 예전보다 아랍어 실력이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그 외 물자수송도 C-140 수송기를 사용한다고 하나 시리아와의 수교를 작년부터 서둘러 성사시켰다면 이런 고생을 할 필요가 없게 되었을 것이다. 바로 인접지역이니 얼마나 좋은가?
갈 길은 가까워 오는데 해결해야 할 난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부는 우리 장병들의 안전을 최우선 고려하면서 국익을 챙기고 대의명분을 살리는 다각도에서 곰곰이 생각하고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김종도(명지대학교 연구교수, 아랍언어와 문화)
어디로 가야 합니까
입력 2004-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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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20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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