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선생님!
진달래의 수줍음과 벚꽃의 화사함이 어우러졌던 자리에 신록의 푸르름이 물들고 그 틈새를 비집고 라일락 향기가 5월과 더불어 왔습니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네.'
5월15일, 스승의 날에 듣는 스승의 노래와 선생님 가슴에 달린 빠알간 카네이션의 의미가 해마다 바래지는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그래도 제자들이 부르는 노래에 보람을 느끼시는 선생님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맹자(孟子)는 군자삼락(君子三樂) 중에 득천하영재교육(得天下英才敎育)을 넣어 군자가 제자를 가르치는 것이 즐거움이라 하였는데 선생님께서는 바로 맹자의 말씀대로 한평생 제자교육과 사랑을 실천하는 즐거움으로 살아 오셨고 지금도 그 길을 묵묵히 가시고 계십니다.
선생님!
수천가지 직업 중에 자기 직위에 스스로 '님'자를 붙여 말하는 직업은 오직 교직 밖에 없습니다. 성직자도, 재벌 회장도, 고위공직자도 자기 직위에 스스로 '님'자를 붙이진 못합니다. 이렇게 숭고한 직업인데도 때로는 즐거움보다는 괴로움이, 시대적 사명감보다는 가슴 아픈 현실이 선생님 가슴에 멍을 들인 것 같아 가슴이 저려옵니다.
지난 3월12일 울진 모 고교 1년생이 담임교사로부터 지각, 결석이 잦다는 이유로 한 대 맞은 후 수업 중인 선생님을 교실로 찾아가 학생들 보는 앞에서 폭행했다고 합니다. 또 4월10일에는 학생 체벌관계로 참고인 조사를 받던 평택 모 중학교 교사가 자살한 사건은 우리 모두의 가슴에 눈물을 고이게 했습니다.
학부모에 의한 교사 폭행과 학교난동 등의 부당행위가 2002년 19건에서, 지난해에는 32건으로 크게 늘어난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그저 부끄럽기만 합니다.
이보다 더 선생님을 슬프게 하는 것은 일부 교육감 불법 선거로 인해 교육계 전체가 그런양 보는 사회적 시각과 사교육비부담이 공교육의 부실에 원인이 있다는 일부 여론이 더더욱 선생님들을 힘들게 할 것입니다. 어느 곳보다도 교육계만큼은 한치의 잘못도 용서할 수 없다는 사회적 도덕규범이 낳은 결과입니다.
선생님! 그래도 대부분의 학생과 학부모들은 선생님들을 존경하고 신뢰하고 있으니 용기 잃지마시고 교단에 당당하게 서시기 바랍니다.
사랑하는 선생님!
안양 충훈고 사태로 경기교육은 또 한번의 아픔을 겪으면서 결국 204명의 학생들이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는 일이 있었습니다. 비록 4일이라는 짧은 교육기간이었지만 그 누구도 느낄 수 없는 스승만이 가질 수 있는 감정과 사랑이 있어 선생님들은 눈물을 보이셨다고 합니다. 우리 주위에 알려지지 않는 수많은 제자사랑의 이야기가 우리 교육을 지탱해 가는 힘일 것입니다.
지난 총선이 이 바람 저 바람을 타고 지나 갔습니다. 거의 모든 후보들이 교육공약으로 '무슨 학교를 유치하여 교육도시를 만들겠다'라는 말은 많이 내걸어도 교사들의 처우개선에 대한 공약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교사유권자보다 표가 더 많은 학부모유권자를 의식한 것 때문이겠지요.
선생님! 선생님께서 사랑으로 가르치신 제자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이 나라의 주인공답게 곳곳에서 당당하고 성실하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모든 것을 잊어버리시고 가족과 가까운 산이라도 다녀오시고 다음 월요일에 더욱 건강한 모습으로 교단에 서시기를 기원드리면서 스승의 날을 앞두고 이 글을 드립니다. /이철두(경기도교육위원)
선생님께 드리는 글
입력 2004-05-08 00:00
지면 아이콘
지면
ⓘ
2004-05-08 0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