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알부민을 이용, 신장질환이라고 눈속임을 하여 병역을 기피한 수십 명의 프로 야구 선수와 연예인, 부유층 자제들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납세의 의무와 더불어 병역의 의무는 국민의 신성한 의무라는 데는 어느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지만, 실제적인 면에서는 적지 않은 괴리가 발견된다.
이제는 거의 일반화되다시피 한 해외 유학생들 가운데는 병역을 교묘한 방법으로 회피하고자 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이런 일들이 잊혀질만 하면 한번씩 터져 나온다. 그러고 보면, 우리 사회는 '있는 사람들'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 '없는 사람들'이 영하 50도 까지 내려가는 혹한기 속 휴전선에서 국토방위에 임하고 있다는 자조 섞인 소리가 나올 만하다.
이런 어두운 면과는 너무도 대조적으로 반세기 전 우리나라가 북한군의 무력 도발로 한반도가 초토화 되었을 때, 일본에서 학문에 정진하던 642명의 학도병들은 조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들 중 대다수는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랐기 때문에 징집 대상이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오로지 자신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고 있는 조국을 지키겠다는 굳은 의지로 학업을 잠시 뒤로 하고서 하루에도 수없이 죽을 고비를 맞아야 하는 전쟁터에 몸을 맡겼다.
이들은 미국의 맥아더 장군이 주도한 인천상륙작전에 참가한 것을 필두로 어느 전선을 막론하고 연합군 및 우리 한국군 장병들과 함께 적군에 대항해서 격렬한 전투를 치렀다. 전문적인 훈련을 받지 못하고 바로 전선에서 활약했기 때문에 참전 학도병의 20%에 가까운 135명이 산화할 정도로 희생자가 많이 발생했다.
휴전 이후 참전 학도병의 반 이상은 일본으로 귀환해 학업을 계속하면서도 조국의 부름이 있을 때는 어느 때고 충실히 수행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1959년도에 일본 정부가 개입되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재일동포 북송 저지 요원으로 활약하는 기개를 발휘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이 아랍 국가들과 치른 수차례 전쟁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이 1967년 6월 5일에 발발하여 6월 10일에 종료한 '6일 전쟁'이다. 인구 및 국토 규모라고 해야 아랍 국가들에 비해서 극히 작은 나라지만, 이스라엘 국민들의 철저한 정신력은 승전의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국가가 없다면 공부도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유태인들의 철저한 무장정신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비견되던 전쟁에서 완승을 거둔 밑거름이 된 것이다.
남의 떡이 커 보이는 탓일까. 우리 국민들은 다른 나라에서는 이런 역사적인 사실이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정작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그에 못지 않은 자랑스러운 사실이 있음을 아예 모르고 있거나 알더라도 인색한 점수를 주는 경향이 있다.
학도병의 신분으로 자신들의 목숨을 초개와 같이 우리 국토 산하에 바친 영령들과 역전의 용사들께 한없는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 아울러, 우리 모두는 그분들의 숭고한 업적에 보답하는 의미에서 전 세계에서 아직도 유일하게 동족끼리 대치 상태로 남아 있는 우리 조국을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발전시켜 나가면서 평화적으로 통일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권율정(인천 보훈지청장)
재일 학도 의용군
입력 2004-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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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23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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