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과천을 부자동네라고 부른다. 계획도시라는 이점과 재정수입의 상당부분을 레저세(마권세)에서 충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하지만 과천에서 20년째 근무하고 있는 필자의 생각은 전혀 반대다.
 
'과천시민'의 경우는 당연히 부자가 아니다.
 
7.5평, 13평, 15평, 18평 등 소형 서민 아파트가 70%로 대다수 시민이 거주하고 있으며, 20~30평형대가 25%, 40~45평형의 대형 아파트는 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레저세를 징수하는 '과천시청'이 부자라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이런 견해도 오해의 결과라고 생각된다.
 
일반적으로 마권세를 과천시 단독으로 징수하는 걸로 잘못 알고 있지만 마권세는 현재 도세이며 당연히 경기도에 징수권이 있다. 또한 본장(경마장)의 매출액은 30%에 불과하고 전국 28개 장외발매장에서의 매출액이 70%에 이른다. 장외발매장의 매출액에서 발생하는 마권세의 50%는 당연히 그 지역의 세입이 된다.
 
과천시는 도세인 마권세의 3%만 징수교부금으로 받고 있으며 이와 별도로 경기도에서 마권세 전체 징수액의 약 22%정도를 보전해준다.
 
금년도 우리시 예산액은 경기도 27개 시중 규모로는 끝에서 4번째이고 자립도는 끝에서 5번째인 37.3%에 불과하다.
 
우리시의 유일한 재원인 마권세는 우리시 자체재원이 아닌 경기도의 재정보전금을 지원받는 의존재원으로 분류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시는 관내 전지역의 93%가 그린벨트로 이루어져 있다. 마권세를 제외하면 다른 세목은 거의 없다는 표현이 가능할 정도로 세원구조상 어려움이 있다. 그나마 도시면적의 대부분은 정부종합청사, 군부대, 서울대공원, 서울랜드 등 공공기관 및 수도권 주민들을 위한 위락시설 등이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및 서울시 소유이므로 시 재정에는 도움이 안된다.
 
과천은 20년전 정부 주도아래 개발된 도시로 많은 기반시설들이 노후화 되어 시설개선을 위한 막대한 재투자비용을 필요로 하는 시점이 되었다. 더구나 기반시설이 취약한 농촌지역은 신도시지역에 대한 상대적 소외감에 균형있는 재정투자를 요구하고 있고 이는 재정수요를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더욱 안좋은 사항은 그나마 우리시의 재정을 지탱해 주던 경마장의 매출액이 경기침체로 급감하여 마권세가 최근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금년도(2004년)는 작년도에 비해 약 25%가 감소하였고 내년도도 나아질 조짐이 안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일각에서는 현재 도세인 마권세의 국세화를 논의중이고 경마장의 지방이전도 추진한다는 보도도 접한 바 있다. 외국은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50대50인데 비하여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80대20으로 국세의 비중이 너무 큰 편이다.
 
현재의 국세체계를 혁신한 지방재정의 건전화는 지자체들의 소망이고 현 정부의 중점정책이기도 하다. 마권세를 비롯한 모든 지방세의 국세화 논의는 재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권세의 급속한 감소, 국세 전환 논의, 경마장의 이전계획 등에 가슴 졸이면서도 지역개발 등을 통한 다른 세원의 확보는 원천적으로 봉쇄된 도시가 부자동네라고 이야기되는 과천시의 현실이다. /나병찬(과천시청 세무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