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만 되면 그리운 얼굴들이 많다. 5월은 가정의 달로 가족과 스승에 대한 사랑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뜻깊은 달이며, 계절 또한 여왕이라 불릴만큼 꽃과 신록이 만들어 내는 잔치가 자연의 최대 경관을 이룬다. 코흘리개 시절부터 장성할 때까지 필자를 가르쳐주신 많은 선생님들의 모습과 기억에 남아있는 가르침을 생각하며 이번 스승의 날을 맞아서는 가까이에 계시는 스승님을 한번 찾아뵈려 한다. 언제나 그랬듯이 생각과 행동은 일치하기가 쉽지 않아 스승님을 생각할 때마다 죄스러움이 앞서지만 이번 스승의 날만은 꼭 노 스승님을 찾아뵙고 은혜와 그 얼굴에 주름살을 헤아려보고 싶다.
 
필자가 특히 못잊는 선생님 중에는 고3 담임이셨던 송성문 선생님이 계시다. '성문 영어'의 저자로 명예와 부를 같이 얻으셨던 선생님은 60년대 후반부터 학생들에게 대단한 인기를 누리셨다. 이북에서 피란 내려오셔서 단칸방에서 사시던 선생님은 우리가 선생님 댁을 방문하면 매년 성탄절마다 북한에 계신 부모님께 보낸 성탄카드가 수취인 불명이 찍혀 되돌아온 것을 보여주시며 쓸쓸해 하셨던 기억이 난다. 작년 초 신문을 보다가 필자는 한 기사에서 한참이나 눈을 떼지 못했다. 송성문 선생님께서는 참고서 발행으로 들어온 돈으로 골동품을 사 모으셨는데 그 중에는 상당수가 국보급, 보물급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모두를 국가에 기증하시며 본인의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하시고 미국으로 들어가셨다는 기사였다. 돈으로 환산하면 아마 수십억대가 될 거라고 했다. 쉽지 않은 일을 하신 것이다. 한평생을 피와 땀으로 모으신 재산이 아닌가! 권력을 남용하여 부정축재로 모은 재산도 아니고 재리에 밝아 땅투기를 한 것도 아닌 학생들의 참교육 길잡이를 하시면서 모으신 그야말로 깨끗하고 투명한 재산인 것이다.
 
지금도 우리 교육 현장에는 방법은 다르지만 선생님들이 2세 교육을 위해 헌신적으로 고생하고 계시는 모습을 보며 정말 존경하지 않을 수가 없다. 교육환경이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열악한 교육여건, 충분치 못한 교원 복지시설과 처우개선 등은 풀어 나가야 할 과제이다. 특히 안타까운 것은 교사들에 대한 존경심이 살아날 줄 모른다는 것이다. 같은 무게의 잘못이라도 일반인이나 다른 공무원이 한 잘못보다도 교사들이 한 잘못은 대단한 것인 양 사회 여론이 몰아가고 있다. 물론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위치에 있다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특수성 때문에 엄한 잣대를 대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만한 예우는 없으면서 요구만 한다는 것은 정말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박봉을 쪼개어 결식아동의 급식비를 내주는가 하면 장학금을 만들어 전달하시는 선생님, 가정의 어려운 사정을 가슴에 묻어 두고 웃는 얼굴로 교단에 서시는 선생님, 가르침에 열의가 많아 회초리를 들었다가 폭력교사라는 여론에 몰리는 선생님, 이런 저런 어려움을 떠 안으시고 오늘도 교단을 지키시는 선생님들이 계시기에 이 나라의 미래는 밝다는 희망을 갖는다.
 
공교육 불신이 흡사 교사들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게 하는 일부여론들의 반성과 내 자식만을 생각하는 일부 학부모들의 비뚤어진 편협한 과욕이 이번 스승의 날을 맞아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을 해본다. /이철두(경기도 교육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