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개편 논의에 부쳐
입력 2005-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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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은 유난히 비도 많고 날씨도 더웠다. 그리고 정보기관의 도청 파문으로 지난 8월 한 달 동안 경제문제는 관심이 없고 온통 정보기관에 대한 검찰의 수사 움직임에 국민의 관심을 쏠리게 만들어 어느 해보다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이런 여파로 최근 국정원 개편에 대한 논의가 정치권과 사회단체, 언론, 각종 인터넷매체들을 통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국정원 통제강화에서부터 국내 정보파트 폐지, 국내·해외 정보업무 기능 분리, 국정원 해체 후 해외 정보기관 신설 주장까지 그야말로 다양하게 의견이 개진되고 있다. 이렇게 된 이유는 국정원 직원이 근무 중 알게 된 비밀을 개인적으로 이용하려다가 이루어진 자승자박의 결과이며, 그 전에 준법정신이 결여된 채 정보수집활동을 관행처럼 여겨온 정보기관 운영자들의 타성이 결국 국정원 쇄신의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국회와 정치권, 사회단체 등은 이번 기회에 국정원이 정권을 위한 활동보다는 국민을 위한 기관으로 거듭나도록 지켜보고 지속적으로 채찍을 가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이나 언론은 분단국가라는 상황과 북한과 아직까지 대치하고 있는 현실에서 일방적으로 우리 정보기관의 역량을 약화시킬 경우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국가 정보기관의 능력은 하루아침에 쌓아지지 않으며, 한 번 무너지면 다시 재건하는 데 엄청난 시간과 노력과 경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전제로 두고 국정원 수술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일부 못난 국정원 요원으로 인해 국정원 전체를 매도하고 조직을 존폐 문제로 연결시키려는 생각은 결국 세계 정보전쟁에서 우리 스스로가 무장해제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임을 알아야 한다. 특히 우리 정보기관의 역량이 축소되면 결국 북측에 정보 선점을 당할 수 있고, 유사시 대처에 애로가 생길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미국은 9·11 테러 이후 연방수사국(FBI)과 중앙정보국(CIA)으로 이원화된 국가 정보체계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국토안보부를 신설한 점을 볼 때 오히려 통합추세임을 참고해야 한다. 만약 정보기관을 둘로 쪼개면 안보를 생명으로 하는 기관의 특성상 서로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 최고 통치권자가 어느 정보를 참고해야 할지, 판단착오를 일으킬 가능성도 있으므로 한 기관에서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판단자료를 작성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견해다.
이번 국정원 도감청 고백사건을 지켜보면서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새로 임명된 김승규 원장이 법조인 출신이고 정직한 이미지를 갖고 있어 국정원의 발표를 그나마 언론들이 신뢰를 하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 만약 과거의 일부 원장들처럼 정치적 욕심이 있거나 여전히 현 정권을 위해 둘러대려고 할 것 같지는 않아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므로 정치권과 언론, 시민단체는 김승규 원장이 지휘하는 국정원의 자체쇄신을 차분히 지켜본 후 수술을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우리 국민은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의 정보기관이 특정 정권을 위해 일하는 과거의 폐단을 없애는데 모두 노력해야 할 것이다. 국정원의 정보역량을 위축하지 않으면서 국민을 위해 정보를 생산, 제공하고 국익 수호에 앞장서는 정보기관이 될 수 있도록 솔로몬의 지혜를 총 동원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 나갈 때만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정보기관이 새로 탄생할 것이다.
/최문식(한국산업단지 남동공단 경영자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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