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NT, BT가 융합되는 유비쿼터스 시대로 접어들면서 국민들은 미래에 대한 장밋빛 희망에 부풀어 있다. 하지만 그간 한국 경제성장의 허리를 담당해왔던 중소 제조기업들은 조용히 무너져가고 있다. 사람과 자원이 넘쳐나는 중국과 인도가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은 이들과 출혈경쟁을 하든가 아니면 독일, 일본과 같은 선진국과 기술경쟁을 해야 하는 이중의 딜레마에 직면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호’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무엇보다 국제경쟁력의 근원인 '원천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지식사회에서 시장은 신기술의 물결을 타고 움직이며 변화한다. 이 물결을 잘 타면 기회의 바다가 열리겠지만 이 물결을 놓치면 평안했던 바다는 사나워진다. 이 때문에 원천기술 확보는 고유가 저성장이라는 국가경쟁력 위기 시대의 비상구일 뿐만 아니라 3만달러 시대로 가는 ‘기회의 출구’이다.

 경기도는 ‘선택과 집중’의 전략적 시각에서 손학규 경기도지사를 단장으로 한 ‘경기도 투자유치단’을 구성, 첨단 외투기업 및 해외 선진연구소의 유치사업을 역점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2002년 7월부터 올 10월 말까지 경기도에 투자한 외국인 업체는 모두 88개사이며 이들이 투자한 규모는 133억달러(13조3천억원)에 달한다. 외국인기업 및 자본유치로 인한 직·간접 고용창출 효과도 6만9천여명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고 특히 투자유치 계약이 실제로 이뤄진 이행률은 61%로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다.

 단순히 자본만 유치한 것이 아니다. 7세대 포토마스크를 최초로 생산한 호야, 세계 수준의 고휘도기술을 보유한 3M, 최고수준의 진공기술 보유사인 알박 등 외국첨단기업이 유치되었고 극초단 레이저 기술을 가진 러시아 국립광학연구소, 국제적인 질병 연구소인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 유럽 최대 응용연구소인 독일 프라운호퍼 등 세계적으로 선두를 다투는 연구소들 또한 유치됐다.

 삼성, LG로 대표되는 한국의 우수한 제품기술을 무기로 선진국의 원천기술을 유치하여 부품을 수입해서 조립, 생산하는 방식을 탈피해 월드 베스트 제품을 자체 생산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기존의 분산된 산업 인프라를 광교 테크노밸리와 판교IT 업무단지 등을 통해 구슬 엮듯 엮어서 첨단클러스터라는 큰 목걸이를 만들어 낸다. 전국 기업 연구개발인력의 40%가 경기도에 거주해 있고, 전국 특허의 33%가 경기도에서 등록되기에 경기도가 오늘 변화하면 내일의 국가경쟁력이 달라진다.

 이처럼 경기도는 실사구시의 정신에 입각하여 기술유치와 확산, 연구시설의 집적화와 공동사용을 통해 균형발전과 수도권 규제라는 인위적인 재분배 구도를 떠나 지역간 상생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자 한다.
 경기도만이 아니라 국가 전반적으로 단절된 생산체계와 분산된 인프라를 재구성하고 전략적으로 해외 핵심 원천기술을 유치할 때 즉, 제품 제조 중심의 ‘땀에 의한 경제구조’에서 R&D 중심의 ‘영감의 경제구조’로의 대전환을 이룰 때 국민소득 3만달러를 이끌어낼 국가경쟁력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김 명 국(삼성전자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