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의 영리병원설립 허용방침에 민간보험사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경쟁적으로 게재한 민간의료보험에 관한 광고가 홈쇼핑 TV뿐 아니라 주요 중앙일간지 등에 즐비하다. 어지간한 중소기업도 엄두를 내지 못할 천문학적인 광고비를 지불하면서도 연일 대대적으로 전면광고를 하는 것이다.
정부는 대통령소속하에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를 설치해 의료산업 발전을 차세대 국가 성장동력으로 꼽고 6개 분야별로 나누어 의약품에서 의료제도에 이르기까지 발전에 불필요한 규제 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며 우리나라 의료보장 체계를 공보험인 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으로 이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자원빈국인 우리나라로서 첨단 의약품이나 의료기기 등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것에 대하여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나 “현재의 건강보험 재정만으로는 급증하는 고급 의료수요를 감당 할 수 없다”라며 민간의료보험을 활성화시켜 건강보험과 더불어 이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데 있어서는 그 문제점이 심각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재정경제부는 한술 더 떠 민간의료보험 사업기반 활성화를 위하여 민간보험회사에게 국민건강보험의 질병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였다고 한다. 공기관에서는 개인정보 누출을 방지하기 위해서 이중 삼중의 장치를 마련하고도 유출 가능성에 대하여는 부인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용카드 정보의 공유사례와 비교하면서 정말이지 알리고 싶지 않은 국민들 질병정보를 보호해야 할 정부가 앞장서서 민간보험회사에 공유하도록 하겠다니 과연 개인정보가 보호될 수 있을지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고, 개별적으로는 과거 병력이 있었다는 이유로 지속적인 불이익 등 인권이 침해될 가능성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개인의 질병정보를 민간보험사와 공유하는 나라가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세계 각국의 의료체계를 볼 때 미국은 선진국이면서도 민간보험에 의존한 나머지 국민의 총 의료비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고 GM등 세계적인 기업도 종업원의 과다한 연금과 의료비용으로 경영악화가 초래되는 등 많은 부작용으로 미국내 여론 뿐 만 아니라 학계, 심지어 정치적으로도 실패를 인정하고 있다. 미국의 데이비드 힘멜스타인 하버드의대교수에 따르면 “전국민 의료보장제도는 대중적 지지에도 불구하고 제약회사, 의사협회 등의 영향력 때문에 실현되지 않았다”라고 분석한 보고서에서도 공적인 건강보험의 필요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

시장경제의 화려함 뒤에는 항상 그늘이 있다. 적어도 질병에 대하여는 국가가 책임을 져야하고 성공한 대부분의 의료보장 선진국도 국가가 주도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소수계층을 위한 화려함보다는 대부분의 국민을 질병으로부터 방치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 때문이다. 정부관계자는 민간의료보험에 대한 양심있는 학자들의 견해와 성공한 선진 외국의 의료보장 변천사를 다시 한번 되짚어 보고 귀 기울여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김 일 문(국민건강보험공단 수원동부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