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경제학자인 미라보(Mirabeau)는 '농업은 뿌리이고, 공업은 줄기이며, 상업은 잎이다'고 했다. 국가경제에 있어서 농업의 역할은 단지 식량공급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2차·3차산업을 떠받쳐 주는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환경보전, 국토 균형발전, 농촌고용 증진, 도시민의 쉼터제공 등 다양한 기능을 발휘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경제적 효율성의 잣대만으로 농업을 평가하고 비교우위론을 내세워 농업을 경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농업의 국가경쟁력은 얼마나 정부가 꾸준히 농업에 투자하고 국민 모두가
농업문제해결을 위한 공감대를 형성, 합의를 도출해 내느냐에 달려있다. 이에 따라 국민적 인식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몇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첫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는 정부는 FTA를 반대하는 각 분야에 귀를 기울여 좀 더 치밀하게 준비, 2차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다. 특히 농민단체들이 한미FTA반대의 중심에 서 있는데 이들의 외침을 그대로 묵인해서는 안되며 반드시 국민들의 합의를 전제로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둘째, 정부를 비롯 농업관련 모든 단체는 농축산물 유통구조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 지자체와 지역농업발전계획을 치밀하게 수립하고, 우수작목반을 지역농업의 핵심주체로 육성해야 하며 산지 소비지 유통시설을 확충해 소비지시장에 일정한 품질의 농축산물을 연중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구축이 필요하다.

셋째 사회지도층은 농업·농촌에 대해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왜 우리가 농업·농촌을 지켜야 하는지 국민에게 소상히 알려주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특히 언론은 농업·농촌에 대한 올바른 기사를 많이 실어 국민들이 실상을 제대로 알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기업체는 산업의 뿌리는 농업이라는 근본을 인식하고 기업이 농촌과 상생하는 삶의 현장이라는 인식을 가꾸어 나가야 한다. 1사(社)1촌(村) 자매결연 및 도시민 제2고향 갖기 운동, 농산물 소비촉진운동 등 다양한 형태의 농촌사랑운동을 통해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어 도시와 농촌이 상생(相生)하는데 일익을 담당해야 한다.

다섯째, 세계적인 농업 트랜드(Trends)는 친환경농업이다. 농업인들도 국제적 수준의 우수농축산물을 생산하고 생산이력제를 실시, 생산에서 판매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품질관리로 소비자가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친환경 명품브랜드를 개발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농업은 4천만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생명산업이다. 우리의 농업이 파괴되면 우리의 생명을 소수의 외국 농산물 취급기업에 위탁하고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식량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안보이고 생명 그 자체다. 우리 후손들에게 생명창고의 열쇠와 활력이 넘치는 아름다운 농촌을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농업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엄 태 범(농협중앙회 안성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