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경기도가 주관한 재취업 희망노인 직업교육을 받고 일산구 풍동에 소재한 주유소에서 일한지 벌써 8개월이 지났다.
근무는 아침 7시부터 시작하여 오후 3시에 끝났다. 처음 1주일은 다시 출근하고 퇴근하는 것 자체가 매우 즐거웠지만 하루에 약 6시간 정도는 뛰어야 하는 분주한 생활이었다. 힘도 들지만 마음 상하는 일도 종종 있어 2~3일만에 그만두는 노인들을 많이 목격하였다. 사실, 주유소는 점심 수저를 들었다가도 뛰어 나가야하고 화장실에 가서도 차가 오지 않았나 걱정하면서 지퍼를 올리며 뛰어나와야 하는 경우가 많다.
꼭 주유원을 하겠다는 노인들을 위해 몇 가지 조언을 드린다.
먼저, 돈을 벌기 위해서인지, 일 자체를 즐긴다는데 비중을 더 둘 것인지 마음을 정해야 한다. 다음은 가족들의 이해와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막내 아들 뻘 되는 손님이 미안해서 말은 못하고 꽁초가 가득 든 재떨이를 내릴 때 선뜻 받아올 수 있는 노인은 아주 훌륭한 분일 것이다.
주유원 일을 시작한지 2주쯤 된 아침 8시경 트럭이 한 대 왔는데, “손님, 얼마나 주유할까요?” 한 즉, 손가락 인지와 중지 두 개를 세웠다. 그래서 “네, 2만원 주유하겠습니다”하고서 주유기를 꽂고 막 일어나니까 “재떨이 좀 비워줘요!”한다.
하도 기가 막혀 굳은 인상으로 받아 비워주면서 “참, 안됐구먼”하니까, “이런 거 싫으면 뭐하러 나왔어요”라고 했다. 그때 손님의 나이는 35~38세쯤. 그렇게 거친 말이 오고 간 후 손님이 떠난 다음 그 젊은이가 기분이 언짢아져 사고라도 나지 않았을까 얼마나 염려했는지 모른다.
어느덧 부모의 입장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 일이 계기가 되어 그 후로는 젊은이들과 친하게 지내고 있다. “항상 건강하게 오래오래 일하십시오”라고 격려해 주는 젊은이들도 많았다. 이럴 때면 절로 힘이 나는 것을 느낀다.
처음 근무할 때는 아르바이트 상태였으나 한 달만에 정식 직원이 됐고, 지금은 부장직함을 갖고 있는 어엿한 주유원이다.
그동안 거쳐간 손님이 3만여명. 주유기에서 카운터까지 25보, 차 한대가 오면 현금일 때 최소 50보, 카드일 때는 100보가 된다. 노인걸음으로 걸어다닌다면 어느 세월에 다 해낼까 싶어 계속 뛰면서 일했다.
또한 가장 중요한 것 한가지를 말씀드린다면 나이가 많다고 대접받으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동료 주유원들을 내 가족같이 생각하면서 세심한 관심으로 보살펴 주고 여러모로 배려해 주는 것이 우리 고령자들이 해야 할 일이다.
직장에서 아랫사람 대하듯이, 선생님이 학생 대하듯이 해서는 세대 차이를 느끼게 되며 결국은 마음이 상하고 건강을 해치게 된다. <이석근 (고양시 일산구 독자·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