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여론조사기관에 따르면 한국 사람들은 '3'이라는 숫자를 좋아한다고 한다. 시쳇말로 '모든 일은 삼세번'이라는 말도 있고 심지어는 수험생들 사이에 '모르면 3번!'이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적절한 비유였을지는 모르겠으나 동일한 사안에 대해 2번 정도의 실수는 이해할 수 있어도 3번째만큼은 흠결없이 처리해야 한다는 불문율을 부지불식간에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며칠 전 김대중 대통령은 세번째 총리지명자로 김석수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전에 지명했던 2명의 총리서리들이 임명동의안 인준과정에서 모두 낙마한 터라 이번 새로운 총리지명자는 각고의 노력 끝에 내린 결정이었을 것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한 나라 행정계통의 실질 수반이라고 할 수 있는 국무총리직이 2달이 넘도록 비어있었다는 것은 총리지명권을 행사했던 김대중 대통령과 여당의 이미지가 땅끝까지 실추됐음은 물론 실질적인 행정처리능력에 있어서도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분명 행정처리 능력과 도덕성에 있어서 적합한 인물이 빨리 총리직에 임명되어야 함은 분명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이 3번째니 적당히 넘어가자는 자세를 보이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보다 깊이 있는 검증을 통해 국회 인사청문회가 격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삼길 바란다. <김각중 (안양시 만안구 박달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