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의 환희를 떠올릴 때면 가장 중심에 있는 사람이 히딩크 감독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아마도 모두들 같은 심정이지 않을까. 우리가 히딩크 감독을 좋아하는 이유는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보여줬던 그의 곧은 소신이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자신감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또 그를 믿고 성원해준 우리 국민, 즉 자기 스스로에 대한 대견함에 맘껏 흐뭇해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며칠 전 박항서 축구국가대표 감독이 경질됐다. 그리고 다시 히딩크 감독을 떠올려 본다. 이번에는 왜, 또, 이렇게 성급한가. 전문가가 아니니 기술적으로 박 감독의 대표팀 운영에 어떤 결점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시아경기대회의 책임을 물어 박 감독을 해임한 것은 지나친 처사이다. 월드컵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것인지. 코 앞의 결과에만 매달리다 보면 우리는 더 이상 제2의 히딩크를 만나지 못할 것이다. <이종건 (용인시 수지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