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같은 연말에는 술 마시는 분위기에 편승돼 의외로 많은 음주운전자들이 단속되곤 한다. 그 저변에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음주문화가 그 한몫을 차지하고 있다. 사실 우리사회는 전통적으로 술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정서를 가지고 있어 술로 인한 실수라면 쉽게 용서받을 수 있다. 특히 남자들의 세계에서는 '두주불사(斗酒不辭)',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은 호탕하고 대범한 사람으로 평가되기도 하고 사회적 성취도가 뛰어난 사람인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한다. 모든 대소 모임에서는 밤새 취하도록 마시는 것이 마치 큰 전투에서의 전과로 여겨지고 '어제는 몇 차까지 술을 했다'는 자랑거리가 된다.
 
이런 잘못된 음주문화에 편승하여 공공연히 자행되는 음주운전은 마치 사지를 탈출한 투사의 무용담이 되어 '어느 곳의 음주단속을 슬기롭게(?) 피해 나왔다', '새벽 몇 시에는 경찰이 없었다', 한술 더 떠서 '술 먹고 뭘 먹으면 절대 수치가 안 나온다'는 기괴한 소문이 번지고 있다.
 
결국 물이 엎질러진 다음에는 그 넘치던 객기와 무모함도 알코올 기운처럼 날라가고 눈앞에 남는 건 차가운 처벌과 파멸뿐이다. 잘못된 음주문화를 바로 잡는 궁극적인 열쇠는 결국 각자의 의지와 습관에 있다. 술을 적당히 마시고 자제하는 슬기로운 생활은 우리에게 결코 요원한 바람일까. /김영하(가평경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