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달은 정관수술 때문에 정신없이 바빴다. 원하는 사람의 3분의1도 해주지 못했다. 12월부터는 보험적용이 안되기 때문에 그 전에 수술을 받아두려는 사람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이중에는 자녀를 더 낳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었으나 미리 수술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정부에서 정관수술을 보험적용에서 뺀 이유는 수술비가 비싸면 수술을 하지 않아 인구가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이라는 단세포적인 생각에서다. 하지만 이에 동의하는 의사는 거의 없다. 자녀수가 감소하는 이유는 정관수술보다는 아이를 양육하기가 너무 힘든 우리 사회의 실정 때문이다.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어렵다 하더라도 정관수술을 못하게 해 임신이 많아지면 자연히 인구가 늘어날 것이라는 정부의 논리는 어불성설이다. 한쪽에서는 벌써부터 낙태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정책이 한치 앞을 보지 못하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고통과 부담은 국민의 몫이 된다. 정부가 정책을 세울 때 좀 더 멀리 보면서 국민의 현실생활을 우선 고려했으면 한다. 국민의 고통과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서, '생명살리기운동'을 하는 의사로서 낙태를 줄이기 위해, 정부에 조금이라도 저항하기 위해 필자는 정관수술을 무료로 시술해 주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주성(이주성 비뇨기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