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연말연시는 한 해를 정리하는 좋은 기회가 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흥청망청 먹고 마시는 시간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특히 이맘때가 되면 자주 접하게 되는 과도한 회식자리에 과도한 음주로 인한 사고소식은 더 이상 듣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얼마 전에도 과도한 음주로 여직원이 숨진 사건이 있었다. 음주로 인한 돌연사가 이제 작은 사건으로 취급받는 현실을 보면 우리나라의 음주문화가 많이 왜곡돼 있다고 생각한다.

외국 사람들과 술을 마실 기회가 있었다. 맥주 4잔이 주량이라는 한 남자는 자기가 아는 술이 무척 센 사람은 하룻밤에 맥주 10잔도 넘게 마신다며 무슨 신기한 얘기나 하듯이 말했다. 주량을 말할 때 '소주 몇 병, 맥주 몇 병' 식으로 병으로 세는 곳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몇 나라 되지 않는다고 한다.
 
주량을 이렇게 세는 데서부터 왜곡된 음주문화는 시작된다. 자신이 견딜 수 있는 최대량을 주량으로 말하는 사회, 또 그 최대량을 넘겨 술을 권하는 사회가 '치사량'이라는 말이 즐거운 회식자리에 어울리게 만들고 '치사'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음주'가 갖는 유익한 기능, 즐길 수 있는 음주를 만들기 위해 왜곡된 음주문화를 되돌려야 할 때다. /이선구(수원시 권선구 세류1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