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여름에 국내 TV의 시드니 올림픽을 중계하는 초기 화면에는 어느 방송국이건 하버브리지와 오페라하우스를 나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고유 명칭을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화면을 보고 호주와 시드니를 연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그 사진 한 장 속에는 토목기술의 상징인 교량과 예술의 상징인 공연장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시드니항의 랜드마크(land mark)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런던에는 고딕풍의 타워브리지가 영국을 대신하고 있고, 프랑스 파리의 센(Seine)강에는 조각품 같은 다리가 무려 24개나 있다. 미국의 금문교는 1937년에 완공된 뒤로 지금도 미국을 상징하고 있다.

일본의 아카시(明石)대교는 주탑 사이의 길이가 무려 1천990m로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그 다리가 있는 혼슈(本州)와 시코쿠(四國)의 연결도로에는 수십개의 교량이 저마다의 기술과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이처럼 세계 각국은 국가와 도시의 상징을 일부러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랜드마크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그 나라의 경제, 문화, 예술, 기술의 수준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 효과를 볼 때도, 국가적 가치의 상승은 차치하더라도 매년 수백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올림픽과 월드컵을 개최했음에도 국가적 랜드마크로 내세울 그 무엇이 마땅치 않은 것이다. 인천광역시 또한 마찬가지다. 보이는 바다가 있음에도 시민이 접근할 바다는 없고, 항구는 있어도 사진기에 담을 풍경은 없다. 동북아 허브공항에 인천의 이름이 붙어 있지만 접근도로는 서울로 직결되어 있다. 미추홀의 유적과 항구 도시 특유의 역사적 자취를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관광하기는 고사하고 휴식을 즐길 공간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게 인천의 현주소다.

다행히 인천공항과 송도신도시를 잇는 제2연륙교가 우여곡절 속에서도 관계자들의 노력 덕분에 이제는 착공이 가시화되고 있나보다. 이 다리는 총 연장이 10㎞가 넘고, 총공사비 2조2천억원, 경제적 파급효과 17조원, 고용인원 15만명 등의 수치가 말해주듯 대 역사이고, 두 지역을 하나로 연결하는 의미뿐만 아니라 인천시민에게는 꿈의 공간이 될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필자는 제2연륙교를 인천의 상징물로 만들고 대한민국의 랜드마크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해 왔었다. 또한 인천광역시의회 박창규 부의장의 연구논문에서도 광범위하고 심도있게 건의된 바 있다.

물론 외국자본을 유치해서 추진하다 보니 애로사항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주간사인 영국의 AMEC사에만 맡겨두어서는 안된다. 우리의 땅에 건설되고 우리 자본도 투자되고, 영원히 우리의 문명시설로 남을 구조물에 우리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한다면 오랜 세월을 두고 후회가 될 것이다.

따라서 인천시장은 제2연륙교의 설계와 다리의 이름부터 전세계에 공모하되, 한국의 혼과 미를 나타내는 그래서 한국을 상징할 수 있는 우리 고유의 다리가 되도록 해야하고, 완공까지 세계적인 이벤트로 만들어 세계인의 관심을 불러일으켜서 인천과 대한민국을 대표할 걸작이 되도록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특히 단순한 도로 기능의 교량 이외에 장래 수인선 철도나 경전철을 부설할 대비도 해야 하고, 주변 일대에 국제적 규모의 해양공원을 만들어 시내까지 관광벨트로 연결하여 100년 후의 미래를 내다보는 역사적 혜안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인천이 진정한 동북아 중심지가 되고 우리 민족과 국가의 장래를 책임질 국제도시로 성장할 것이다./전찬기(시립 인천전문대학 토목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