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7일부터 10일까지 노무현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하고 돌아왔다. 방중기간에 대통령께서는 중국의 정치 경제의 중심도시인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를 방문했는데 특히, 상하이 방문에서 '상하이 쇼크'라 할 정도로 상하이 푸둥지구의 화려하고 경이적인 도시의 활력과 산업현장의 역동성, 그리고 중국 지도자들의 전문적인 해박성을 본 뒤 “중국이 이렇게까지 가고 있느냐?”는 말을 수 차례나 한 것으로 전해진다.
 
방중을 마치고 돌아와 진행된 11일 청와대 회의에서는 “한국의 미래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모든 영역에서 변해야 한다”는 말에 전사의 '비장감' 같은 것이 묻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중국의 경천동지(驚天動地)적 변화의 중심에는 '이공계' 출신들이 중국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도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방중을 통해 중국지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다”면서 “중국 지도자의 90%이상이 이공계 출신이고 그들의 해박한 지식에 놀랐다”고 밝혔다.
 
사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을 책임지고 있는 9명의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전원이 이공계 출신이다. 후 주석 같은 경우만 하더라도 칭화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수력발전소에서 일한 경력을 갖고 있기도 하다. 20년 전 부터 수력발전소의 현장을 거쳐 발탁된 후 정치·경제·외교 등을 체계적으로 수업해 왔다.
 
한국의 경우에는 이공계로의 대학 진학자가 나날이 줄어들어 큰 국가적 걱정거리가 되고 있고, 정치 지도자나 공직자 중에 이공계 출신들이 미비한데 반해, 중국은 왜 이렇게 이공계 출신의 지도자가 많은가?
 
그 이유는 크게 둘로 나누어 해석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중국 공산당정권 탄생과 정권유지 과정을 관통해보는 통시적(通時的) 접근으로의 해석이 가능하다. 역사적 연원이 있는 것이다. 중국의 리더 그룹을 지금까지 크게 4개의 세대(generations)로 구분을 하는데 1세대 2세대는 혁명세대, 3세대와 4세대는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로 나눌 수 있다.

혁명세대들은 전투능력이 뛰어났고, 혁명과정에서 이념을 무엇보다도 중요시 여기면서 어려운 상황하에서도 공산정권을 탄생시켰다. 정권을 유지하고 국가의 경제건설을 위해 그들의 부족한 부분을 메울 수 있는 전문적 지식을 갖춘 인재들이 많은 부분에서 필요해지는데, 그들이 이공계 출신의 전문가들이다.
 
여기서 그들만의 독특한 시스템이 작동되는데, 소위 '후견인-비서'라는 작동원리가 있었다는 것이다.
 
혁명세대는 이공계출신 전문가를 비서로 임명하여 단순 비서역할만이 아닌 전문 정책조언도 받고, 반대급부로 그의 후견인이 되어 지속적으로 중국의 정서와 맞물려 보직 배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이공계 출신 비서들은 3, 4세대 정치적 엘리트로 성장하여 그들의 비서로, 또한 개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이공계 출신들을 중용하면서 이러한 작동원리가 확대 재생산되어 자연스럽게 이공계 출신들이 요직에 많아지는 결과를 낳았다.
 
둘째는, 실용과 실질을 강조하는 중국의 사회적 분위기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필자는 중국에 오래 동안 거주하면서 웬만한 대학과 기업들을 가 볼 수 있었는데, 어디를 가도 '실사구시(實事求是)'라는 4자성어를 많이 볼 수 있었다.
 
6천만 당원 중에 정치적 판단보다는 능력주의를 통해, 산업화에 필요한 인재로, 이과와 공과를 공부한 전문가들을 적재 적소에 배치했고 한 기관의 실질적 책임자는 외부수혈이 아니고 내부에서 단계를 밟은 이공계 출신자로서 그들이 정치적 지도자로 성장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와 같이 평생 정치판에서 커 온 국가적 지도자와는 근본적 차이가 있다.
 
이상과 같이 중국의 역사적 상황과 실용주의가 이공계 출신 지도자를 다수 낳았으며, 가치 중립적이고 관념적인 것을 논하기보다는 보이고 잡히는 것을 선호하는 학습을 받은 중국 지도자들의 성향은 현 경제건설의 수요에 필수불가결한 리더십을 충족시키면서, 사회주의라는 일반적 체제의 경직성까지 뛰어넘는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이병진(평택대학교 국제관계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