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치개혁특위가 선거법 개정안 마련과정에서 선관위의 단속권한 중 핵심조항을 삭제하고 오히려 선관위 직원에 대한 직권남용죄를 신설키로 하였던 것은 현역 의원들의 기득권 유지에만 유리하게 한 것이었다.

선거범죄 관련 자료제출 요구권, 금품·향응 제공자 동행 요구권, 증거물품 수거권 등 공명선거를 위한 선관위의 불법선거 감시장치가 대부분 삭제되고 처벌도 100만원 이하 과태료로 축소해 이로 인한 의원직 상실 가능성이 원천 봉쇄됐으며 금융거래자료 제출 요구권도 신고계좌로만 한정해 사실상 유명무실화됐다.

감시망은 느슨하게, 처벌은 솜방망이로 하겠다는 식이다. 오히려 단속하는 선관위 직원을 직권남용죄로 처벌할 수 있는 조항까지 신설해 '정치개혁이 아닌 정치개악'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불법선거와 돈선거를 막기 위해 실효성 있는 단속 권한을 추가해도 시원찮은 판에 오히려 현재 있는 권한까지 없애려 하는 것은 불법 선거를 마구 일삼겠다는 발상이다.

현재 정치개혁특위의 의원들 중 상당수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선관위의 조사대상에 올랐거나 지금도 진행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 대부분 의원들에겐 선관위의 각종 불법선거 단속이 눈에 가시였을 것이다.

평소 선관위의 단속에 불만을 품어온 이들 의원들이 정치개혁 협상을 이용해 공직선거 관리기능을 무력화시키려 한 것이다.

선관위의 감시망 무력화를 위해 담합을 일삼는 정치권의 후안무치(厚顔無恥)한 행태를 이제 바로 잡아야 한다. 정치개혁은 일부 정파만의 것이 아니라 정치권과 유권자 모두가 동참해야 하는 것이다.

정치개악이 아닌 진정한 정치개혁을 위해 이제 국민이 전면에 나서야 할 때다. 민주주의의 완성은 제도적 발전과 함께 높은 시민의식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박태은(포천시 선관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