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희망을 가지고 보람찬 한해가 되기를 소망하는 갑신년 새해가 밝았다. 그러나 지난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불법선거자금의 모금 규모와 그 수법에서 국민들이 받은 충격과 분노는 이런 새해 소망을 무참히 짓밟았다. 한해 동안 정치판에 진동한 돈냄새 때문에 아직도 나라 전체가 휘청거리고 있다. 한해를 보내면서 대선 당시 선관위가 제시한 완전선거공영제와 정치자금의 투명성확보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치관계법 개정안이 정치권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해 주어진 선거감시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점을 직원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정치가 잘 돼야 나라가 잘 된다는 말을 우리는 수없이 하고 수없이 들어 왔으나, 지금은 그런 말을 주고 받으며 허송세월을 하거나 정치를 병들게 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따지며 낙담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지금이야 말로 사회 모든 분야에 퍼져 있는 대립과 갈등, 부정부패, 상호불신, 불성실, 기회주의, 도덕불감증 그리고 뻔뻔스러움 등의 주된 원인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곰곰이 따져 대책을 세우고 실천할 때다. 진정으로 국가의 앞날을 걱정하는 국민모두가 올 한해를 병든 정치를 수술하는 원년으로 삼고 4월 15일에 직접 그 수술을 집도(執刀)하자. 칼이나 가위가 아닌 투표용지와 투표용구로 말이다.

정당관계자와 후보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철저히 감시하여 선거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에 대해서는 대상이나 지위를 막론하고 단호하게 대처하고, 정치자금이 모아지고 쓰여지는 곳에는 반드시 엄정한 조사가 뒤따라야 하겠다. 선거는 정치인이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꾼을 뽑기 위해 국민 모두가 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눈을 부릅뜨고 정신을 바짝 차려서 이 수술을 꼭 성공시켜야 한다.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주는 깨끗한 정치가 하수같이 흐르게 하는 일, 갑신년 새해에 온 국민이 소망하고 이뤄 내야할 최상의 과제일 것이다. 진정으로 이 일이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되어 오는 4월 15일에 꼭 결행되기를 소망해 본다. /박태은(포천 선관위 홍보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