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하반기부터 건강보험재정을 기금화 해야한다는 주장들이 일더니 해를 넘기면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03. 세입·세출 결산분석(2004. 8)에서 건강보험이 4대 사회보험중 재정수지측면에서 가장 큰 재정지출규모에도 불구하고 기금화 되어있지 않아 다른 사회보험재정과 달리 국회통제권이 미치지 못하고, 이에 따라 건강보험제정의 조성과 운용에 대한 국제적 기준의 투명성 및 책임성이 요구된다며 기금화 문제를 들고 나왔다.
 
또한, 기금운용평가단(기금관리기본법에 따라 기획예산처에 설치)이 국회에 보고한 ‘기금존치평가보고서’는 ‘건강보험기금’을 신설하고 ‘건강증진기금’을 이에 통합하여 보험료, 보험수가 등 중요사항에 대해 국회심의를 받음으로써 국민대표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언급했고 기획예산처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의한 중장기 전략적 자원배분과 자율성확대 및 성과관리제도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기금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건강보험의 특성상 기금운용기본원칙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주장들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건강보험을 둘러싼 환경적 요인과 제도의 입체적 분석이 선행되야 하며 기금과 건강보험재정의 운용성격을 비교·확인해 봐야 한다.
 
건강보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단기보험으로서 당기수지균형방식, 즉 월단위로 보험료의 고지·징수 및 급여비 지급이 이루어지므로 국민연금과 같이 여유자금을 장기간 적립·운용함으로써 미래지출에 목표를 두고 있는 장기보험방식과 성격을 달리한다는 점이다.
 
주요 국가의 예를 살펴봐도 사회보험방식이면서 기금으로 관리하는 예는 찾아볼 수 없다.
 
보험재정의 기금관리는 건강보험의 고유특성 즉 자율성(이해당사자간 의견수렴장치)이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여지가 있다. 기금운영계획에 의해 편성된 보험수가 등이 사회적 합의를 얻지 못할 때 이해 당사자간 갈등이 야기되고 의견수렴장치가 유명무실해진다.
 
건강보험재정의 기초가 되는 보험료, 수가, 급여범위 결정은 국가의 책임성보다는 전문가, 가입자, 공급자, 보험자 등 이해당사자간의 자율적 결정이 바람직하다.
 
또한 현재 56.4%에 머물고 있는 건강보험 급여율을 70%대로 끌어올리기 위해서 당분간 재정운용잉여(예상)금은 보장성강화를 위해 급여확대정책에 우선 투입해야 한다.
 
만약 건강보험재정을 기금화하면 기금운용계획 및 예산의 정부통제가 강화되는데, 사업계획과 예산에 대한 정부의 통제가 강해질수록 보험자의 자율성은 저하되고 건강보험 보장성강화정책도 영향을 받게된다.
 
여타 사회보험과 달리 건강보험은 전국민에게 즉시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큰 부담이 될 것이다.
 
또한, 정부의 기금운용정책 방향과 국민·의약계간의 요구가 충돌할 때 합의도출에 상당한 시간과 사회적 비용이 소요될 여지가 크고 보험요율, 급여범위, 수가인상수준이 포함된 기금운용계획에 대한 국회 심의·의결과정에서 강력한 이익단체인 시민단체, 노조, 의약단체 등의 요구가 대립되어 정치쟁점화할 개연성이 적지 않다.
 
건강보험의 문제가 정치쟁점화되고 국회에서의 처리가 지연될 경우 국민불편과 의약계의 불만을 불러올 수도 있다.
 
이와 같은 몇 가지 문제점과 함께 공청회 즉 건강보험재정을 기금화할 경우 발생될 많은 문제점 또는 기여하는 부분 등에 관한 학계 및 관련단체의 중장기적 논의와 여론수렴 등도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반드시 치러내야할 중요한 절차이다.  /채성태(국민건강보험공단 경인지역본부 가입자지원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