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뉴스 중 인천 자유공원에 있는 맥아더 동상 철거 문제로 좌충우돌하는 세태에 마음이 칼로 저미는 듯한 아픔을 느낀다. 철거하자는 쪽의 마음 한가운데 민족 자주 통일의 절호의 기회가 미국의 개입으로 좌절되었으며 그 중심에 맥아더 장군이 있고 그 인물의 동상이 자유공원에 있는 것은 눈에 가시처럼 느낌이 있으리라. 그들의 주장은 오로지 민족 밖에 없다. 지금 21세기는 민족의 테두리 안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이제는 지구촌시대다. 지구에 존재한 170여 국가가 이웃집이라는 말이다. 농경 중심 사회가 급속한 산업화로 변화하는 이제 이웃 민족이나 국가를 미우나 고우나 내 몸처럼 생각하지 않으면 민족 생존자체가 불가능하다.
 민족 통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더욱 소중하고 급한 것은 자유민주주의 확립과 시장경제에 뿌리를 둔 자본주의를 확고하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이 땅을 지키는 것이다. 민족 타령만 부르짖다가 자칫 민족 전체가 돌이킬 수 없는 도탄에 빠져 역사의 뒤안길로 돌지 않을까 의구심이 잠을 설치게 한다. 민족 제일주의로 또 자국민 제일주의로 또 독재정치로 공산주의로 계획경제에 몰두했던 나라들이 오늘날 후진성을 못 면하고 허덕이는 모습을 그들은 왜 못 보는가. 그 예를 들어보자. 반세기 전만 해도 필리핀은 우리보다 상상 외로 잘 살았다. 그러나 2차대전 후 그들은 자국민 중심으로 외국 자본 유입을 철저하게 배척하는 정책과 마르코스 독재의 부정부패에서 20년이 지난 오늘날 세계의 파출부 수출국으로 변모되었다. 필리핀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외면하고 자국민 중심과 분배중심주의, 사회주의, 민중주의, 포퓰리즘정책으로 세계의 후진국 대열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역사상 일인 독재가 성공한 예는 하늘 아래에 없다. 그들이 입만 열면 부른 것이 우리민족 또는 우리국민끼리다. 우리 한반도 북쪽 사정도 그 범주에 들고도 남음이 있다.

 인간 역사에서 가장 빛나는 제도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표방하는 자본주의다. 자유민주주의는 천부 인권설에 뿌리를 두고 인간의 기본생존권을 줄기로 하며 창의성과 자발성을 잎으로 하여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자기의 의지대로 타인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생을 이어간다는 것으로 꽃과 열매를 맺는다. 거기에는 타인에게 해를 가하지 않는 의무가 항상 존재함을 알고 실행할 때 그때가 진정 자유민주주의의 도량이 된다. 또한 시장경제 중심인 자본주의는 생존에 필요한 재화는 수요와 공급이 물 흐르듯 어떠한 외부의 간섭 없이 흐르는 것을 의미한다. 재화의 흐름이 권력에 의해 왜곡되면 경제적 파탄이 오게 마련이다.

 인간의 소유욕은 생태적 욕망이며 재화는 소유욕의 주요 타깃이 된다. 그 재화를 생산하기 위해서 자기가 가진 모든 역량을 소진시킨다. 그러나 그 얻어진 재화가 정치적 힘에 의해서 침탈되었을 때 개인은 물론 그 공동체의 생산 의욕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 선의의 경쟁은 발전의 원동력이다. 재화의 공동분배에 열을 올린 모든 국가가 오늘날 후진국으로 몰락하는 것을 반면교사,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도 지금 그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은지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보아야 한다. 정당하게 부자되는 사람이 지극히 존경받은 나라에서 필자는 살고 싶다. 물론 오늘날 미국은 초강대국가로 세계 분쟁에 해결사 노릇을 하는 과정에서 자국의 이익을 도모하는 면이 없지 않으나 우리에게는 공산주의 확산을 막아주어 지금의 경제 성장을 이루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고마운 이웃으로 기억해야 할 것이다.
/김기권(전 남양주 오남중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