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이론에 기펜의 역설이라는 게 있다. '한 재화에 대한 가격이 하락하면 소비자의 실질소득이 높아진 것과 같은 효과가 나타나 그 재화의 수요를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가린과 같은 특수한 재화(열등재)에서는 소비자가 부유해짐에 따라 마가린의 수요는 감소하고 마가린보다 우등재의 관계에 있는 버터로 대체되어 버터의 수요가 증가된다. 이때 마가린의 가격이 하락하면 소득효과가 음(陰)으로 나타나서 마가린 수요의 감소를 가져오기 때문에 이를 기펜재라고 한다. 이처럼 일반적으로 한 재화의 가격이 하락하면 그 재화에 대한 수요는 증가한다는 수요법칙의 예외현상으로 최근 대표적인 것이 바로 닭이다. 물론 일시적이지만 조류독감의 영향으로 양계 농가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새벽에 우는 닭소리는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로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왔지만, 요즘 양계농가들에겐 시끄러운 소음정도로밖에 여겨지지 않고 있다. 오랫동안 농가의 가장 큰 효자였던 닭들이 조류독감이 창궐한 이래에는 농가의 골칫덩이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왜 상황이 이렇게 되었을까? 원래 조류라고 해서 감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모든 생명체가 생로병사의 순환을 거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조류독감의 경우, 한 곳에 모여 사는 여러 개체가 한꺼번에 병에 걸린다는 것이 문제다.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서 죽음으로 가는 비율이 극단적으로 커 공포감을 유발하고 있다.
 닭들을 단체로 사육하고 있는 인간들의 행태가 조류독감이라는 공포를 발생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닭들이 어떤 상황에서 사육되고 있는지를 안다. '닭장’이라고 불려지는 좁은 공간에서 주어지는 것은 오로지 사료이다. 환기, 조명 등의 다른 제반 시설도 생명체가 마음대로 살기에는 너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곳에서 사육되고 있는 닭들은 면역력이 생길 수가 없다. 정기가 약하다는 것이다. 정기는 예방주사를 맞는다고 튼튼해지는 것이 아니다. 자연의 순환에 맞춰서 사는 것이 정기를 기르는 제일 법칙이다.

 계속된 노력에도 조류독감에 대한 공포가 갈수록 강해지는 것은 지금까지의 대응방법이 실효성이 없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원인은 해결하지 못하고, 임시방편으로 대응을 한 것의 한계가 보이는 것이다. 바이러스만을 좇아서 생각하면 우리는 항상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바이러스가 바뀌면 또 거기에 맞는 백신을 만들어야하고, 이런 순환에서는 우리가 이길 수가 없다. 이것이 현실적인 딜레마다. 당장 사람이나 닭에게 근본적인 것은 자연의 순환에 맞춘 삶의 방식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토종닭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마 우리 토종닭들이 그동안 조류독감 피해가 적었던 이유는 독감 병원균을 만날 수 있는 확률이 적었던 까닭도 있지만, 그보다 몸의 정기가 튼튼했던 것이 더 클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힘차게 울고 종일 먹이를 찾아 휘젓고 돌아다니는 과정에서 정기가 생겨난 것이다. 또 철새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전염병 예방 대책도 세워 놓았으며 우리나라의 조류독감 대처능력이 세계최고 수준이라는 것도 믿음직스러운 대목이다.

 발생하지도 않은 조류독감 경고에 소비자들이 닭을 기피하면서 양계농가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조류독감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면서 정작 조류독감 피해가 거의 없는 우리 토종닭까지 도매금으로 몰리고 있다. 소비자들이야 '닭 좀 안 먹으면 되지'라며 쉽게 생각하지만 그런 작은 생각이 농가에는 직격탄이 돼 큰 피해를 야기한다. 또 농가들도 양계방식 등을 바꿔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을유년 닭띠해를 보내며 다가오는 병술년에는 양계농가와 소비자들이 모두 윈윈하길 기대해본다.
/전성군 (농협중앙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