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분당의 한 노인전문 병원장을 만날 기회가 있어 병원을 찾았는데 문을 들어서는 순간 일반적인 병원의 개념이 사라졌다. 안내자는 “아름다운 노년을 맞겠다는 의식이 확대됨으로써 노인병원 역시 도심·가족과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과 이웃하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병원시설에서 탈피해 병원생활이 곧 가정생활이요, 노년의 마지막 아름다운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안내자의 말처럼 병원의 각 시설물은 아주 편안하고 안락한 분위기를 연출해 내고 있었다.

 이처럼 우리의 주변에는 벌써 노년을 준비해야 하는 층이 늘어나고 그것을 감당해야 하는 인력과 시설이 늘어나고 있다. 젊은이들은 '어떻게 하면 아름다운 노년을 맞이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고민해 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의학·산업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은 연장되고 있어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부정적인 측면이 더 많아 다른 선진국에서도 노령화현상에 따른 대책들이 시간다툼으로 달라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노년인구증가는 타 선진국들에 비해 3~4배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반면 노인복지정책은 그 속도를 따르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의 2004년 노인인구 비율은 7.1%로 이미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유럽의 경우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 사회'로 이행하는데 한 세기가 걸렸다고 하는데, 우리는 약 24년 걸린 일본보다 빠른 약22년 정도가 소요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노인복지에 대한 대책은 더욱 시급한 과제인 점은 분명해 보인다.

 생활수준과 의학의 발달로 평균수명이 늘어나 노년기가 인생의 황혼이 아닌 제2의 도약시기로 인식되고 있어 노인들을 위한 복지시설을 비롯한 의료시설 그리고 레저시설등을 포함한 실버산업의 번성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노년에 대한 부분적인 정책이 나오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노인과 함께 하고 함께 나누는 정책은 눈에 보이질 않는다.

 90년대말 '실버산업이 전망이 있을 것'이란 기업들의 판단으로 도심과 벗어난 아름다운 자연속에 실버타운이라는 시설들이 들어섰으나 그 이용자인 노인들의 뜻과 상관없이 가족들과 떨어져야 한다는 소외의식만 키웠다. 최근에는 도심주변에 노인전문병원과 시설이 건립되다가 최근에는 도심내로 들어오고 있다. 노인문제가 더 이상 우리와 떨어질 수 없는 필수과제라는 인식이 확산됨으로써 노인정책 또한 현실 가능한 정책으로 탈바꿈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년을 자녀에게 의존한 다기 보다는 노년을 부단히 헤쳐 나가겠다는 노년성취의식을 높여주는데 정책의 초점이 맞추어져야 할 것이다. 누구나 노인이 된다. 나의 부모도 그랬고 나 역시 그렇게 될 것이다. 그래서 노인문제는 먼 얘기가 아니라 나의 얘기며, 이웃의 얘기다. 고령사회의 실질적인 대책은 역시 주요 정책일진대, 현재 여러 형태의 정책이 나열되고 있기는 하나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는데, 정책의 현실성과 실효성을 대만족시키기는 쉬운 일은 아니나 노인문제전문가와 실제 노인들에 대한 만족 필요성의 정책안이 무엇인지 직접 여론조사를 실시하여, 노인의 계층간 지역간의 차별화된 정책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아직도 각 지역에는 노인전문회관이나 시설이 부족한 실정이며, 전문인력 또한 부족하며, 노인치매전문병원이나 노인휴양전문병원들의 시설이 우리 주변에서는 찾기가 어려운 실정임으로 도심내 혹은 가족의 왕래가 자유로운 도심주변 공간을 활용하여, 공장이나 물류센터를 건립할 것이 아니라, 노인을 위한 '실버타운건립'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노인 인구의 증가는 시급하고도 중요한 사안임으로 국가적, 지방 자치적으로 최우선할 과제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임 석 봉(前 인천시지하철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