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사회에서 회자되는 각급 장교에 대한 표현으로 용장(勇將)·지장(智將)·덕장(德將)이라는 말이 있다. 위관(尉官)장교는 무엇 보다도 용맹스러워야 하고, 영관(領官)장교는 모름지기 지략이 있어야 하며, 장관급(將官級)장교는 많은 장병으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는 덕망을 갖추어야 한다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의 각계 각층에서 덕장 위에 운장(運將)이라는 사전에 없는 단어가 곧잘 쓰여지고 있음을 본다. 크게는 한 나라에서부터 대기업이나 단체 또는 중소기업까지 지도자나 대표자가 운장이 되지 못하면 한 단체나 조직을 끌고 가기 힘든 세태라는 뜻이리라.
한편으로는 일리가 있다 싶다가도, 무슨 요행수나 바라며 미신을 불러들이라는 뜻으로 오해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타당성이나 의미가 충분히 이해가 가며 긍정적인 측면에서 인정하고 추구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운장이란 민심이나 신의 도움으로 가능한 것이 아닐까? 물론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사람의 도움으로 되어지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그 도움의 손길을 뻗은 사람들의 사연을 들어보면 어떤 힘이나 전개되는 상황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고백을 들을 수 있다.
운장이란, 글자상으로 직역하면 운(運)이 따르는 장수이나, 그 의미로 생각해보면 보이지 않는 힘의 도움을 만들었거나 불러오는 지도자가 아닐까? 그 지도자가 살아온 삶이 일관되게 진실하고 정직하며 하늘의 뜻과 이웃들의 선한 마음을 일으켜 하늘을 감동시켰고 민심의 지지를 불러왔지 않았는가 하는 믿음이다.
최근에, 온 국민을 허탈하게 만든 한 과학자의 사기극과, 그런 분위기를 허용한 정권에 이르기까지 이 세대의 지도자들이 진작에 운장에 대해서 배우고 익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나만의 편향(偏向)일까.
오래 전에 읽은 아놀드 토인비 저서의 한 구절을 인용해본다. “이 우주의 배후에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있어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는 고백이다. 20세기의 대 석학으로 역사비평과 저서를 통해 인류에 큰 기여를 한 그의 통찰은 이 시대의 지도자를 자청하거나 되고자 하는 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 나라나 기업체 또는 각 조직체에서 운이 따르는 지도자나 대표를 만난다면 얼마나 흐뭇한 일일까. 만약에 많은 사람들이나 구성원이 대중심리나 선동에 의해 일시적으로 부분적인 면에서 잘못 요구해도 하늘을 두려워하며 민심을 읽을 수 있는 지도자이기에 보이지 않는 힘의 도움을 받아 국태민안이나 조직의 안녕과 발전을 기할 수 있다면 그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런 예를 찾아 본다면, 정치인으로는 조선조의 성군 세종대왕, 영국의 대처 전 수상, 미국의 링컨과 아일랜드의 로빈슨 전 대통령 등이 아닐까.
군인으로서는 몸과 혼을 다 던져 순국하며 나라를 누란의 위기에서 구해낸 성웅 이순신이 아닐까. 민본주의 사상이 투철했던 충무공은 백성들의 곤핍한 생활을 외면할 수 없어 국왕과 난신에게도 직언하여 핍박과 모함을 받으면서도 우국충정의 일관된 삶으로 나라와 백성을 위하였던 것이다. 최근의 대처 전 수상이나 로빈슨 전 대통령은 소신껏 일하여 국가의 위상과 국력신장을 도모하면서도 대부분의 국민들과의 불협화음도 없었고, 개인적인 각종의 스캔들이 없었음은 현재의 지도자들과 앞으로 지도자가 되기 원하는 이들이 반드시 배워야 할 덕목이다.
능력이 있으면서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고, 운장이 되어 줄 우리들의 지도자는 없는 것일까. 겸손하여 하늘을 두려워 하며, 만인들의 마음속에서 선하고 따뜻한 심성을 찾아 계발하는 인도자를 기다리며 키워 나가야 할 때이다. 국제감각과 민족애를 동시에 지니고 시대를 앞서가는 혜안을 가진 운장이 앞당겨 오는 날을 고대해 본다.
/최 승 락(농협중앙회 신현동지점장)
운장(運將)을 기다림
입력 2006-03-03 00:00
지면 아이콘
지면
ⓘ
2006-03-03 0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
-
투표진행중 2024-11-22 종료
법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벌금 100만원 이상의 유죄가 최종 확정된다면 국회의원직을 잃고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됩니다. 법원 판결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