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다니던 어린시절 몇년 내리 반장을 해먹던 남자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학기초 서먹한 분위기에서도 반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빵과 떡볶이 등을 사먹이더니 어느새 지지를 받고 거뜬히 반장에 선출됐다. 그러나 열살도 채 안먹은 아이가 어떻게 권력이라는 것을 아는지 반장이 된후 휘두르는 횡포는 가공할만 했다.

선생님께서 떠드는 아이를 칠판에 적어놓으라 하면 자기 아파트에 같이 사는 친구는 살짝 눈감아주고, 사이가 안좋은 아이들만 적어 벌을 받게 하고, 선생님을 대신해서 몽둥이로 아이들을 체벌하기도 했다. 조를 짜서 하는 과제가 있으면 자신은 성적이 우수한 아이들과 조를 맺어 A점수를 따고, 선생님이 나눠주라고 학습교재를 몇 권 주면 친한 아이에게만 임의대로 나눠 줬다.

그러나 그의 횡포를 선생님에게 일러바칠 용기있는 아이는 하나도 없었고 수군수군 뒤에서 욕을 해대도 다음해 그 아이는 어김없이 반장이 됐다.
어린시절 기억이 아련히 떠오르면서 성인이 된 지금 선거의 관행을 생각해 보게 됐다. 사람들은 정치인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해대지만 그것에대한 단결된 응징의 표지로 선거결과에 나타나지는 않는다. 부정부패를 저지른 자치단체장도 몇년 뒤에 다시 후보자로 나오고, 예산을 낭비하고 헛공약만 남발했던 지방의회의원들도 다시 선거에 출마해 재선된다.

얼마나 선거에 무심한 걸까. 무능함과 부패를 보여 줬던 후보는 과감히 젖혀버리고 새 인물을 선택할 용기가 나지 않는 것인지 한탄스럽다. 요즘 매니페스토라는 생소한 운동이 귓가에 들려온다.

후보자들이 참공약을 발표하도록 선거 전후에 감시하자는 뜻이다. 이 운동이야말로 선거의 진정한 본질이라고 생각된다. 새내기 후보자라면 병역의무는 제대로 마쳤는지, 탈세를 저지르지는 않았는지, 전과는 없는지 공개정보를 숙지하고 현역 후보자라면 공약을 완수했는지, 지역의 발전을 위해 어떤 업적을 남겼는지 의정보고서를 꼼꼼히 읽어보고 현명한 투표를 해야한다.

/양 시 내(인천시 서구 가좌3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