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5·31 지방선거에 출마한 인천 연수구청장 후보들이 제시한 공약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그런데 한마디로 실망스러울 뿐이다. 대다수가 실현 가능성이 없는 그야말로 빌 공자 공약(空約)들이다. 법적·제도적 장치 때문에 안되는 공약들이 많고, 그 많은 공약을 실천하는데는 천문학적 재정이 필요한데, 누가 어떻게 재정을 확보한 다는 것인가. 후보들이 지역 현안은 외면한 채, 안될 일만 가지고 유권자를 현혹시키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래서 현재 우리 연수구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적시하고자 한다. 차기 구청장이 깊은 관심을 가지고 꼭 해결해야 한다는 충정에서다.

첫째, 송도국제도시는 반드시 연수구가 지켜야 한다. 송도국제도시는 여의도 면적의 6배 크기인 543만평을 매립, 하루가 다르게 첨단도시가 형성되고 있다. 구는 이곳에 일정 세대 이상의 아파트 신축허가를 억제해야 한다. 무제한으로 아파트를 허가했을 경우 인구가 대폭 늘어나 결국 분구의 구실을 주기 때문이다. 만약 연수구와 송도국제도시가 분구되면 연수구는 열악한 재정난을 견디지 못해 파산하거나 공중분해 위기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

현재 송도국제도시내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데 이를 좋아만해서는 안된다. 벌써 신도시와 구도시 주민간 이질감과 괴리감이 감돌고 있다는 것은 연수구민의 화합에 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아파트 대신 IT·BT·NT산업을 적극 유치, 지방세수를 늘려 재정 자립도를 높여야 한다. 새로 선출되는 구청장은 무엇보다도 송도문제에 깊은 철학을 가지고 대처해야 할 것이다.

둘째, 지역 곳곳에 산재한 군부대를 타 지역으로 이전시켜야 한다. 연수구 관내에는 해안경비부대·화학부대·해군사격장 등이 주둔해 있다. 이는 첨단으로 가는 연수구의 정서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군작전과 전술전략적 측면에서도 타당성이 낮다. 하루속히 군부대를 외곽으로 이전시키고 그 지역을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

셋째, 오랫동안 흉물로 방치돼 있는 석산을 조속히 정비해야 한다. 연수구의 관문인 옥련동입구에는 누구에게 보이더라도 부끄러운 석산이 허연 배를 드러낸 채 수십년째 흉물로 방치돼 있다. 시와 구가 한결같이 정비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추진을 못하고 있는 것은 개인 소유로 보상비가 엄청나고 또 용도변경시 특혜성 시비에 휘말릴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청회 등을 거쳐 투명하게 처리하면 될 것이다.

넷째, 전천후 다목적 실내체육관을 신속히 건립해야 한다. 동춘동 4천400여평에 다목적 실내체육관을 짓기로 계획이 수립돼 있었다. 그런데 이곳을 교육시설부지로 용도변경, 평생학습관을 짓기로 한 후 착공만 해 놓고 현재까지 수개월째 방치하고 있다. 연수구민들은 평생 학습관보다 전천후 다목적 실내 체육관을 더 원한다.

다섯째, 현대와 고대가 공존하고 있는 기형도시를 하루속히 개발해야 한다. 옥골부락·농원마을·소암마을·자앞마을등에 사는 주민들은 오염된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고 있으며 지붕이 새도 신축과 보수를 제대로 할수 없고, 수세식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는 말하자면 소외된 주민들이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이런 불편을 줘야 한단 말인가. 시와 구가 머뭇거리지 말고 신속하게 행정력을 발휘해 하루속히 주민불편을 해결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양극화 해소책인 것이다.

이밖에도 노인일자리 창출, 여성·장애인복지, 소외계층을 위한 사업예산을 대폭 증액하는 등 구민 삶의 질을 향상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주민들은 새로 뽑는 구청장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연수구를 가장 살기좋은 고장으로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계속할 것이다. 주민의 소리에 겸손하게 귀 기울이고 무엇이 필요한 정책인지를 지역원로나 단체에게 수시로 묻고, 서로 격의없이 상의하는 과정에서 참된 지방자치가 성립된다는 것을 확신하며 신임 구청장의 역량을 기대해 본다.

/신 원 철(전 인천 연수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