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4·15' 총선이 중반전에 접어들면서 권역별, 세대별 특성에 따른 다양한 목소리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초반 탄핵정국의 무게를 이기지 못했던 정책대결에 대한 관심이 서서히 살아나고 후보 개개인의 자질과 도덕성이 후보선택의 최대 변수로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경기지역은 역대 선거에서 전국표밭의 풍향계 역할을 해왔던 만큼 순간적인 치우침 현상보다는 점진적인 무게중심의 이동에 관심의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뿌리깊은 정치불신과 무관심이 해소된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정동영 의장의 노인폄훼 발언과 박근혜 대표의 열풍으로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세력들의 결집이 두드러지며 '야당역할론'이 힘을 얻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이같은 움직임이 탄핵안가결로 촉발된 야당책임론을 어디까지 따라잡을 수 있을지, 그 표심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신도시지역=중산층이 포진하고 있는 분당 일산 평촌 중동 수지 영통등 신도시 지역은 탄핵역풍을 타고 “이참에 바꿔야한다”는 개혁론이 먼저 자리를 잡았지만 “안정이 우선이다”는 보수층의 위기의식도 만만치 않았다. 여기에다 교통 및 환경문제 등 지역현안이 최대 변수로 작용하고 있었다.
고양일산에 사는 대학생 오세연(23)씨는 “부패한 한나라당이 이번총선에서 세자릿수를 차지하지 못하도록 젊은이들이 나서야 한다”면서 “학교에서도 투표참여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업에 종사하는 용인 수지의 조기형(37)씨는 “당리당략만을 노린 탄핵에 대해 기본적으로 분노한다”며 한·민공조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면서도 “다만 열린우리당이 독단적으로 나가지 않도록 하기위해선 한나라당에도 적당한 의석이 확보돼야한다”며 일정부분 '거여견제론'에 동의했다.
하지만 성남 분당에서 서울 강남으로 출퇴근한다는 직장인 최모(35)씨는 “교통지옥은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 교통문제를 해결할 비전이 없다면 이지역에 출마할 자격도 없다”면서 정책공약을 후보선택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농촌지역=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노인폄훼발언의 파장은 거셌다. 안성 여주 이천 가평 양평 포천등 농촌지역의 노인정과 거리에서 만난 노인들은 하나같이 격노했고 어떤 이들은 정치적 소외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안성의 한 노인정에서 만난 이모(70)씨는 “아비, 어미도 없는 놈 같으니라구”라며 호통을 치더니 “열린우리당 찍겠다던 아들, 손자놈에게도 절대 안된다고 단단히 일러뒀다”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그는 정 의장 퇴진을 위한 서명운동도 벌이겠다고 별렀다.
가평의 정모(71)씨도 “대통령 몰아낸다고 했을때는 한나라당이 참 모질어 보이더니만 이제와서 보니 열린우리당 버릇부터 고쳐야겠더라”면서 “우리나라가 이만큼 살게된 것도 다 누구덕인데 늙었다고 물러나라니, 원 참”이라고 혀를 찼다.
노인들 뿐만 아니라 40~50대 중장년층도 큰 실망을 나타내기는 마찬가지였다.
열린우리당 지지자였다던 수원의 김모(42)씨는 “아버님과 함께 뉴스를 보다 얼마나 민망하던지 낯을 들 수 없더라”면서 지지정당을 바꿨다고 말했다.
그러나 화성의 심모(65)씨는 “실수할수도 있지”라면서 “당의장이 무슨 말을 했건 우리 지역에 나오는 후보의 인물됨됨이를 보고 투표하겠다”고 소신을 밝혔다.
▲공단지역=“정치에 관심을 두는 것 자체가 사치”라는 한 사업가의 말처럼 어두운 경제현실을 반영하듯 시흥 안산등 공단지역의 반응은 대체로 냉담했다.
안산 시화공단에서 철물구조 제조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이춘수(53)씨는 “원자재값이 80%나 상승했는데 어떻게 꾸려나갈지 앞길이 막막하다”면서 “정치권은 경제가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각성해야한다”고 주문했다.
이같은 한탄은 비단 공단지역뿐만 아니라 건축현장이나 자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서도 한결같이 터져나왔다. 특히 경제파탄의 원인에서는 “현 정부의 실정”이라는 측과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었지만 “이대로는 안된다”는 위기의식에는 모두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개인택시를 모는 박상권(32)씨는 “장기 실업상태로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고통받고 있는지 정치인들이 알고 있느냐”고 물은뒤 “이번 총선에서는 민생을 챙기는 후보에게 한표를 던지겠다”고 말했다.
고양에서 건축일을 하는 신완석(55)씨는 “정치논리로 경제를 풀다보니 되는게 하나도 없다”면서 여야 모두를 싸잡아 비난했다.
이밖에 권역별로는 북부지역의 경우 분도론과 낙후지역발전론이 탄핵후폭풍과는 별개로 초반부터 선거판세를 이끌고 있고, 경기남부지역은 신도시와 난개발문제, 그리고 미군기지이전문제가 태풍의 핵으로 부상했다.
[민심탐방] 탄핵·노심·경제…표심 다양
입력 2004-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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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07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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