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강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선대위원장들이 8일 경기지역에서 충돌했다.

경기도는 총 49석으로 전국 최다 의석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전국민심의 축소판으로 야권의 '거여견제론'과 여당의 '거야부활론'이 꿈틀대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박풍(朴風)' '노풍(老風)' 등의 영향으로 최근 유권자의 표심이 요동치고 있다는 여론조사기관 및 각당의 자체분석과 판단에 따라 화력을 집중한 것이다. 이들 주요 정당들은 특히 주말을 포함해 선거전 종반 유세 일정을 수도권에 집중할 방침이어서 경기지역 표심의 향배가 판세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나라당=박근혜 대표는 이날 이번 총선의 최대 승부처인 경기 지역 표밭을 훑고 다녔다. 오전에 잠깐 서울에서 외신기자클럽 토론회와 재향군인회 총회에 참석한 것을 제외하고 하루 종일 경기지역을 누비며 한표를 호소했다.

박 대표가 밤 늦은 시간까지 돌아본 이들 지역은 자당 소속 의원들이 선전하는 지역으로, '한석'이 아쉬운 절박한 상황이 작용돼 강행군이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남양주와 광주 등 일부 지역에서는 때마침 '5일 장'이 열려 인파들이 대거 몰려 눈길을 끌었다.

박대표는 먼저 카니발 승합차편으로 이천에 도착, 고속버스 터미널앞 거리 유세에 이어 광주 경안시장, 구리 시장, 남양주 마석 우시장을 후보들과 함께 순회하는 등 강행군을 이어갔다. 박 대표는 남양주 유세에 앞서 잠깐 남양주 갑 선거 사무소에 들러 선거운동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거리유세에서 “이번 선거에는 지난 1년 국정운영을 어떻게 했는지가 반영돼야 한다. 현 정권들어 편가르기만 해서 국론분열이 위험 수위에 달했다”며 “앞으로 4년간도 이런 식으로 계속돼야 되는지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초대형 거대 여당의 출현에 따른 우려가 있다며 '거대여당견제론'을 거듭 강조하면서 지지를 부탁했다.

박세일 공동선대위원장도 이날 낮 파주 출신인 황진하 대표 안보전략특보 등 비례대표 후보들과 함께 임진각 망배단을 참배, 한수 이북 지역과 접경지역 공략에 나섰으며 9일에는 안양과 시흥 부천 등 경합지역에 당 지도부가 총 출동한다는 전략이다.

●열린우리당=정동영 의장과 김근태 원내대표, 신기남 선대위원장등은 수원에서 선거전략회의를 시작하는 것으로 첫 일정에 들어갔다.

수원 팔달 선거구 박공우 후보 사무소에서 열린 열린우리당의 중앙선대위 상임위원회 회의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속에서 진행돼 경기지역의 '열전' 분위기를 실감케 했다.

이날 회의는 '박근혜효과'와 노풍(老風)에 따른 수도권의 미묘한 판세 변화를 감지한 당 지도부가 경기도 중심도시인 수원에서 꼭 승리해야 한다는 강한 의욕으로 자당 후보지원을 위해 총 출동한 자리였다.

회의는 김 대표가 “그동안 국회의 3·12쿠데타로 반사이익을 얻었으나 이제는 스스로 반성하고 다시 가다듬어야 한다. 더이상의 당내 파열음을 없애고 오케스트라의 화음을 내야한다”고 지적하며 “최근 거의 무덤까지 갔던 한나라당이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말하면서 싸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어 신기남 선대위원장이 “경기도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표밭이 있으며 그 중심에 있는 수원을 석권해야 한다”고 강한 의욕을 보인뒤 “그러나 일부지역에서 한나라당이 부활하면서 여소야대가 재연될지 모른다”고 말해 긴장감은 한때 최고조에 달하기도 했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 정의장은 “오는 5월로 예정됐던 러시아와 네덜란드와의 정상외교가 대통령탄핵으로 연기되거나 취소됐는데 박근혜대표는 이틈을 타 미국과 북한방문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의회쿠데타를 통한 권력찬탈”이라며 “박대표는 탄핵철회를 통해 국가의 외교권을 회복해야한다”면서 탄핵정국에 다시 불을 지폈다.

정의장은 또 이날 300여명의 청중들이 몰린 수원 팔달 영동시장 지원유세장에서도 “이번선거는 국민 10명중 8명이 반대한 대통령 탄핵을 밀어붙인 193명을 심판하는 자리”라며 “장애인과 여성 등 모든이들이 함께 참여하는 열린우리당에 힘을 실어달라”고 지지를 호소했으며 김 대표는 오전 수원역전 유세에 이어 오후 양평 5일장에서 지원 유세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