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이 12일 '노인 폄하' 발언으로 인한 당 지지율 하락의 책임을 지고 선대위원장직을 전격사퇴했다.

정 의장은 또 순번 22번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직도 사퇴했다.

정 의장은 이날 밤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탄핵세력의 심판을 위해 나의 모든 것을 던지겠다"면서 이같이 밝히고 곧바로 '신지역주의 부활 저지와 탄핵세력 심판을 위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정 의장은 그러나 당 의장직은 일단 유지할 것임을 밝혔다. 그는 당 의장직에 대해서는 "선거결과에 따라 무한책임을 지겠다"고 말해 4.15 총선후 의장직 사퇴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임을 시사했다.

총선을 불과 사흘 남겨놓은 시점에서 사실상 여당 대표인 정 의장이 선대위원장 및 비례대표 후보 사퇴라는 '배수진'을 치고 나옴에 따라 총선정국은 막판 판세 변화 가능성 등 불투명성이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우리당은 정 의장이 선대위원장직을 사퇴함에 따라 선거때까지 당을 김근태(金槿泰) 김혁규(金爀珪) 김진애(金鎭愛) 한명숙(韓明淑) 4인 공동선대위원장 체제로 운영해 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장은 회견에서 "국민주권을 지켜내지 못하고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지켜내지 못한 죄인된 심정으로 사죄한다"면서 "부패세력이 되살아나고 있고, 지역주의 세력이 되살아나고 있고, 4.15 선거의 역사성이 흐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탄핵세력이 다시 커져서 15일 이후 국민이 뽑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관철시키려는 음모가 느껴지고 있다"면서 "이같은 음모를 저지하기 위해 무엇이든 던져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회견 직후 기자들과의 일문일답도 없이 곧바로 1층 대회의실에서 오는 15일 오후 6시까지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정 의장은 지난 1일 '노인 폄하' 발언이 언론에 보도된 뒤 당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대구.경북 지역 출마 후보들로부터 강한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특히 권기홍(경산.청도) 이영탁(영주) 윤덕홍(대구 수성을), 윤용희(대구 달성) 서중현(대구 서구) 후보는 이날 오전 대구에서 합동기자회견을 갖고 정 의장의 백의종군을 요구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