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체육회 A가맹경기단체 전무이사 B씨는 요즘 11월 제주도에서 열리는 제83회 전국체육대회가 다가오면서 걱정이 태산이다. 연초에 대표선수들의 전지훈련을 계획했지만 예산이 없어 훈련자체를 취소해야 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B씨는 회장을 찾아가 사정 얘기를 했지만 “다음에 보자”는 말 뿐이었다. 연초에 1천500만원을 출연금으로 내겠다는 약속을 아직까지 지키지 않고 있는 회장이 야속할 뿐이다.
이것이 인천시체육회의 현주소다. 시체육회 가맹경기단체는 모두 46개 단체. 그러나 가맹경기단체 대부분이 이처럼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동호인을 조직하고 선수 육성 및 신인선수 발굴에 발벗고 나서야할 경기단체들이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선수 육성과 지도자 양성은 물론 자체 대회마저 개최하지 못하는 단체가 절반을 넘는다.
각 경기단체가 자체대회 2~3개를 개최하는 데 드는 예산은 많아야 1년에 1천만원선. 이마저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체육회 등에서 지원되는 예산이 부족하고, 취임때 거창하게 후원금을 약속한 회장들은 대부분은 이를 이행치 않는게 현실이다.
회장단의 출연금이 제대로 지급되는 곳은 46개 단체 중 10여 단체 정도다. 나머지는 단체운영에 턱없이 부족한 액수를 내놓거나 아예 한 푼도 지원하지 않는다. 사무실에 상근 직원을 두고 있는 단체도 15개에 불과하다. 단체의 체계적인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질리 만무하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체전 성적이 오르길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인천의 최근 3년간 전국체전 성적이 가맹경기단체의 부실운영 상황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 3위에서 6위로, 다시 6위에서 8위로. 인천 체육이 근본부터 흔들릴 위기에 처해있는 것이다.
“가맹경기단체 스스로 변해야 한다”는 체육계 인사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체육계 인사들은 저마다 “단체부터 자생력을 갖추고 난 뒤에나 시체육회 등 당국의 지원을 요구할 자격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극히 적은 수이지만 모범적으로 운영되는 단체도 있다. 상인천여중 핸드볼선수단은 며칠 전 끝난 제30회 문화관광부장관기 전국 중고핸드볼대회에서 우승한 뒤 서택동(효명테라컨스 대표) 인천시핸드볼협회장으로부터 500만원의 두둑한 보너스를 받고 신바람이 났다. 이 때문에 상인천여중 핸드볼 선수들은 '보너스'라곤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는 대다수 다른 종목 선수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처럼 뜻있는 지역 기업인이 협회를 맡아 전폭적인 후원을 아끼지 않는 핸드볼협회나 연간 3천여만원에 달하는 출연금을 회장과 부회장단이 골고루 분담해 운영하는 배드민턴협회 등이 가맹경기단체 운영방식의 모델이 되고 있다. 또 인천시사격연맹의 경우처럼, 해당 실업팀을 보유한 자치단체의 장이 회장을 맡아 운영하면서 선수육성과 전국대회 창설 등에 적극적인 모습도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 선수발굴·지도자양성 '한계'
인천시체육회가 경기도체육회에서 독립한 지난 81년의 소속 가맹경기단체는 총 29개였다. 이후 매년 2~3개씩 늘어 지금은 무려 46개에 달한다. 숫자로만 본다면 타 시·도에 비해 별반 차이가 없다.
그러나 속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가맹경기단체로서 대회 한 번 제대로 치르지 못할 만큼 제 구실을 못하는 단체가 절반을 훨씬 넘는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단체의 회장 등 집행부의 역할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지원을 하겠다고 '이름'은 걸어 놓고도 이름 값은 제대로 못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맹경기단체의 운영방식이 하루빨리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가맹경기단체 운영실태
각 경기단체는 회장 등 집행부의 출연금과 중앙경기단체, 시체육회 등의 보조금에 의해 살림을 꾸려 나간다. 중앙경기단체나 시체육회 등의 보조금은 전국체전 등 대회를 앞두고 훈련비 등의 명목으로만 지원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단체 운영은 집행부의 출연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46개 단체 중 집행부의 출연금이 제대로 지급되는 경우는 10개의 단체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체육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출연금이 없다보니 예산상의 어려움으로 자체 대회를 개최하지도 못하고, 지도자 양성에도 힘을 쏟을 겨를이 없다. 경기력 향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전국대회 유치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 인건비가 없어 상근 직원을 두지 못하는 것도 큰 문제점이다.
상근 직원을 둔 단체는 고작 15개. 가맹경기단체는 해당 경기종목의 선수·지도자 등 전체를 관리할 수 있어야 하고 타 시·도와의 비교 등 각종 정보를 선수 및 지도자 등에게 신속하게 전달해야 함에도 대다수 단체가 직원없이 단체를 끌어가는 셈이다.
각 단체를 대표하는 회장은 해당 종목 선수 출신이 맡는 경우와 지역 상공인이 선임되는 경우 등으로 나눌 수 있지만 선수출신 회장도 기업체를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인천체육의 '현주소'] 가맹경기단체 열악재정 선수들 훈련비도 '허덕'
입력 2002-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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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04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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