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체육의 요람' 인천체육고등학교가 공립화한 지 8년째를 맞고 있으나 변변한 교육·훈련 시설이 없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인천체고는 지난해 충남에서 열린 제82회 전국체육대회 12개 종목에서 36개의 메달(금 7, 은 9, 동 20)을 획득하는 등 인천 고등부 체육 전력의 60~70%나 차지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국 13개 시·도 체육고 대항전에서도 4위권을 유지할 정도로 학생들의 기량이 뛰어나다.
그러나 교육·훈련시설은 전국 꼴찌수준. 모든 운동의 기본이 되는 육상 트랙조차 없으며 체고시설로는 필수적이라 할 수 있는 수영장과 기숙사도 마련돼 있지 않다. 실내체육관마저도 반쪽에 불과하다. 지난 94년 공립화 과정에서 인천체고를 관리하는 인천시교육청과 인천전문대를 운영하는 인천시가 '재산분할'을 하면서 실내체육관을 전문대와 반반씩 나눴기 때문이다.
기본 시설이 없다보니 전국 각지의 우수선수를 유치하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이런 이유로 기숙사, 400m 육상트랙, 수영장 등을 학교 안에 둘 수 있는 장소로 인천체고를 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숙사시설이 없다보니 학교와 가까운 곳에서 학생을 뽑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각 종목별 체육특기생이 부족해 빚어지는 종목별 학생수 편차도 심하다. 특정 종목 희망학생이 부족할 경우 입학 정원 105명을 맞추기 위해 학생 모집이 쉬운 종목으로 신입생 선발이 치우치기 때문이다. 3개 학년을 합쳐 총 학생수가 9명(체조, 역도)인 종목도 있지만 유도는 43명, 태권도는 37명이나 된다. '비인기 종목을 집중 육성한다'는 특수목적고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훈련장소 문제도 심각하다. 수영 종목 학생들은 인천시 중구 도원동 시립수영장을 쓰고 있어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없다. 시립수영장이 일반인들에게 개방돼 있어 관리기관에서 안전사고 등을 막기 위해 물높이를 낮추는 바람에 훈련의 효과가 반감된다. 시합용 수영장과 물높이가 달라 학생들이 느끼는 부력 등에서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육상종목도 마찬가지다. 교육·훈련장소로 이용하고 있는 시립숭의종합경기장이 인천체고 학생 뿐만 아니라 실업팀과 각급 학교 선수들이 모두 사용하다 보니 훈련시간 선정 등 불편한 점이 많다. 많은 선수들이 한 데 어울려 훈련함에 따라 부상위험도 높다. 때문에 인천체고를 육성하기 위해선 이전만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게 체육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 손바닥만한 운동장 잡초무성 축구골대 2개만 덩그러니…
인천 체육의 '허리' 역할을 하는 인천체고가 열악한 교육·훈련시설로 인해 제 몫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훈련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함에 따라 중등부 유망 선수들이 인천체고로의 진학을 꺼리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여중생 국가대표 노유연(간석여중 3)의 예가 대표적이다. 노유연은 지난 부산아시안게임 여자 육상 1천500m에 출전해 한국 여자 육상중·장거리의 '간판'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인천의 희망'이다. 이런 노유연이 인천체고 진학을 사실상 포기했다. 기숙사 시설이 없다는 게 첫번째 이유다. 인천을 떠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노유연이 타 시·도로 갈 경우 여자 중·장거리에서 뚜렷한 선수가 없는 인천으로선 여간 큰 손실이 아니다.
인천체고에 육상트랙이 없다는 사실에 놀라는 사람이 많다. 교내에 있는 운동장은 크기에서 초등학교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축구 골대 2개만 덩그렇게 놓여 있을 뿐 잡초만 무성하다. 학생들의 훈련장소로는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체육시설 확충학교로 선정돼 올해 안으로 육상트랙 시설공사에 들어가지만 200m트랙이 고작이다. 운동장 규모가 작아서다. 200m트랙에선 릴레이 훈련을 할 수도 없고 오히려 선수들의 부상위험만 높일 뿐이다. 체육고 운동장은 최소한 400m육상트랙은 갖춰야 한다.
숙사시설이 없어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학생들이 통학하다보니 오전 7시에 시작하는 아침운동을 위해선 새벽에 집을 나서야 한다. 오후 7시 저녁 운동을 마치고 집에 가면 오후 10시가 넘는 학생도 있다고 한다. 체력에 부담이 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타 시·도는 물론 강화, 검단 등 인천 외곽지역의 학생들조차 인천체고 입학을 원치 않고 있다. '동네 학교'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실내체육관을 인천전문대와 반반씩 나눠 운영하는 것도 문제다. 체고 학생들은 겨울철이면 실내체육관에서 아침훈련을 해야 하지만 전기시설도 마음대로 쓸 수가 없다. 변전시설 담당직원이 전문대 소속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궁여지책으로 별도의 전등시설을 달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전문대 자체 행사와 일반 공연 행사 등이 실내체육관에서 자주 열려 학생들이 불편한 점도 많다.
인천체고가 이처럼 기본적인 시설도 없이 운영되고 있는 것은 지난 75년 11월
['체육요람' 무색한 인천체고] 육상트랙조차 없는 體高 교육·훈련시설 '전국꼴찌'
입력 2002-10-20 00:00
지면 아이콘
지면
ⓘ
2002-10-20 0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