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
출국장 앞에 이르자 현 목사는 두 팔로 도 변호사와 사위 제임스 목사 어깨를 껴안으면서 한쪽으로 불러 세웠다.
“무슨 일이 생기면, 도 변호사님과 의논해라.”
현 목사는 영어로 사위에게 부탁하면서 도 변호사에게 부탁하는 마음으로 쳐다보았다. 도 변호사는 현 목사의 음색에서 그가 긴장하고 있음을 느꼈다. 꿈에도 생각할 수 없었던 귀향 길이니 목사 심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무슨 일이라니요? 오랜만에 하시는 북한 여행이니 각별히 몸조심하시고, 아무래도 긴장되실 테니 마음도 한가하게 가지시고, 편하게 다녀오십시오. 한번 가기 시작하면 자주 드나드실 수 있을 테니, 다소 아쉽더라도 얼른 돌아오십시오.”
도 변호사는 다소 장황하게 아랫사람에게 주의사항을 전하듯이 말했다.
그동안 여러 번 조·미친선협회 측에서도 현 목사의 방북을 권유했다. 저편에서 적극적으로 환영하면서 여러 통로를 통해서 종용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현 목사는 전혀 의사를 내비치지 않았다.
그 동안 미국에 살고 있는 교민들은 내놓고 북한을 드나들었다. 아마 고향에 대한 거리감은 서울보다는 미국이 더 가깝다고 생각해서 이민온 사람들도 많았다. 그렇게 북한 나들이 물꼬를 트는데 앞장선 것은 권 목사였다.
그에 따라 뒷말도 많았다. 그런데도 현 목사는 고향이 그리우면 그리울수록 그런 마음을 자제하여 왔다. 그의 주변 사람들도 현 목사의 그러한 심정을 잘 알고 있었다.
현 목사는 아무리 자기를 핍박하여 내쫓긴 한국정부였지만, 그럴수록 모국에 대한 의리는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한국 정부가 마음에 안 들지마는 그렇다고 김일성을 찾아가 사진을 찍고 민족 통일 운운하면서 남쪽 정부를 비방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는 남쪽 정부가 싫을수록 모국에 대한 마음은 더욱 강렬했고, 그러기에 북쪽 정부를 찬양하고 싶지 않았다. 정치적인 계산을 떠난 순수한 마음이었다. 사실 현 목사에게는 남쪽이나 북쪽이나 미국이나 한국이나 모두 꼭 같이 인간이 살고 있고 살아갈 광야라고 생각해 왔다. 그것은 그의 신앙의 바탕이 되었다.
“기도 많이 해 주십시오.”
현 목사는 환송객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와서는 한 사람 한 사람 손을 잡고 그 얼굴들을 바로 바라보면서 부탁했다. 사람들은 현 목사의 눈빛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모여 있는 사람들은 모두들 눈시울을 적셨다.
“여러분 제가 잠시 주님께 기도를 드리겠습니다.”
백 목사 말에 사람들은 조용했다.
“주 하나님 아버지, 저희 길이시고 진리가 되어 주셔서 어둠 가운데서도 지금까지 저희를 여기까지 인도해 주신 은혜를 감사드립니다. 오늘 주님의 종 현 목사님이 주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반세기만에 고향 땅 평양을 찾아갑니다.”
평양가는길 (4)
입력 2003-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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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2-06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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