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목사는 한참이나 간판을 쓸면서 기도를 드리고는 슬며시 정문을 밀어 보았다. 문은 잠겨 있었다.
 
“누가 잠궜을까?”
 
잠겨 있는 문이 자기를 거부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1946년 겨울이었다. 38선을 넘어와서 남산 아래 회현동에 집을 얻었다. 주일에 교회를 가려고 집을 나섰다가 이 교회가 눈에 띄여 들어왔다. 등이 약간 굽고 검정 두루마기를 입은 늙은 노인이 말씀을 전하는데, 몸을 쇠하였으나 목소리는 맑고 투명했다.
 
광고 시간이었다.
 
“우리 교회는 일제와 싸워온 민족 교회입니다. 새로운 목사님을 청빙하려고 하고 있으니, 기도 많이 해 주십시오. 우리 교회 전통을 지켜주실 목사님을 모실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말씀을 전한 사람은 광고를 하였다.
 
이 한성교회가 일제 말에 신사참배를 반대하여 몇 년 동안 문을 닫았다. 해방이 되고 다시 문을 열었는데, 신사참배를 하지 않는 목회자를 청빙하려니, 모시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임시 강단은 교회 수석 장로이며 일제 때 옥살이를 하다가 해방을 맞은 심만평 장로가 맡고 있었다.
 
도 목사는 매 주 이 교회에서 예배를 드렸고, 새벽에도 기도회에 참석하였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평양에서 교회를 지키지 못하고 내려온 자신을 자책하며 회개했다. 그러기를 한 달 가까이 계속하고 있었다.
 
설을 앞둔 주일날이었다. 도 목사가 예배를 마치고 나오는데, 교회 현관에서 교인들과 인사를 나누던 심 장로가 그의 손을 잡았다.
 
“저희가 불찰로 목사님을 몰라 뵈어 죄송합니다. 저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합니다.”
 
아버지 뻘보다 더 나이가 많은 심 장로는 그를 어렵게 대하였다.
 
사무실에서 잠시 만나 인사를 나눈 다음에,
 
“목사님, 저희 교회를 맡아주십시오.”
 
심 장로는 도 목사의 두 손을 꼭 잡으면서 간청했다.
 
“예?”
 
“미처 알고 모시지 못한 것은 제 불찰입니다. 주님께서 목사님을 제 교회로 보내셨는데, 제가 눈이 어두워서….”
 
도 목사는 이 늙은 장로의 그 빛나는 눈총에 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저는 부족하기 그지없는 사람입니다. 제가 교회와 주님의 형제들을 버리고 이렇게 혼자 도망쳐온 비겁자입니다.”
 
도 목사는 심 장로 앞에서 자신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런 교회를 맡아 목회할 자신이 없었다.
 
“주님께서 목사님을 저희 교회로 보내주셨습니다.”
 
심 장로의 청은 완강했다. 그렇게 도경빈 목사는 한성교회를 담임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