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들은 조만식을 믿고 의지했다. 그가 다시 평양 교회에 나타난다면 기독교인들이 하나님의 이름으로 폭발적인 힘으로 나타날 것이다. 그러한 교인들의 욕구를 알고 교회 청년들이 거사를 도모한 것이다.
현 목사는 기도를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벽에 등을 기대고 무쇠종이 달려있는 위층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제 다시 이 교회 문이 닫혀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온 몸의 피가 거슬려 오르듯이 가슴이 싸늘해졌다.
교회가 침략군 병영이 되고, 교회 종이 침략군의 무기 만드는데 쓰이기 위해 징발했던 그 처참한 사건이 두 번 다시 일어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가빠졌다.
그 때 종치기 위해 아래로 내려진 굵은 밧줄이 흔들거렸다. 종각 아래서 종을 치기 위해 종을 매단 밧줄이 아래로 내리워 있었다. 그 밧줄은 기도하는 방 한 구석을 지나게 되어 있다. 현 목사를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다락 한쪽에 있는 출입문을 열었다.
“목사님! 윤 전도사입니다.”
현 목사는 뛰는 가슴을 진정하기 위해 몇 번 심호흡을 하고 사다리를 타서 아래로 내려갔다.
“급히 전할 말씀이 있어서….”
윤 전도사 뒤에 섰던 선우 청이 현 목사 귀에 말로 말했다.
“실패했습니다.”
“실패하다니?”
현 목사는 믿어지지 않았다. 그는 순간 '하나님' 하고 부르짖었다. 어찌 이런 일이?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습니다. 이제는 저들이 이번 일로 대대적인 탄압이 가해질 것이라고 합니다. 교인들과 청년 학생들이 희생당하지 않도록 전달하고, 또….”
“또 뭔가?”
현 목사는 답답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목회자로서 할 일이 아득했다.
“저는 연락하라는 지시만 받았습니다. 구출작전 총책 집사님이 상황을 파악하여 전하였습니다. 목사님과 원 선생님은 신변이 위험하니 잠시 피하시도록 했습니다.”
“피하라고?”
“시간이 없습니다. 원 선생님께서 이곳에서 만나자고 하셨습니다.”
학생은 종이쪽지를 그에게 죄여주고는 얼른 몸을 돌리더니 교회 본당 앞쪽으로 달려갔다.
현 목사는 선우창의 뒤를 바라보다가 정신을 수습했다. 윤 전도사는 아직도 그의 곁에 서 있었다. 현 목사는 윤 전도사를 앞세워 교육관 다락방으로 내려왔다.
기도하던 청년들 눈총이 일제히 그에게 쏠렸다. 현 목사는 그 눈총에서 튀는 불꽃을 보았다.
“여러분, 오늘밤에 우리가 수행하려던 일은 사정에 의해 잠시 중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모든 것을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기도하십시다. 더구나 그네들이 이번 일을 구실로 교회 핍박을 강화할 것입니다. 여러분 모든 것을 없었던 일로 생각하고 이제 더욱 열심히 주님께 기도합시다.”
현 목사는 겨우 그 말을 하고 다락방을 빠져 나왔다.
평양 가는 길(33)
입력 2003-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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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3-15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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