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가 되었어?”
문방구에서 나오는 구정애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래?”
“알았다고만 그래요.”
대답이 시원하지 않았다. 영애는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성 의원 반응이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
“알았다고만 해요?”
되물었으나 정애는 고개만 끄덕였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런 대답밖에 기대할 것이 없다. 두 사람도 현 목사 일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다.
둘은 퇴근 후에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영애가 버스정류장에서 시청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다가 지나가는 택시를 탔다. 그냥 거리에 서 있기가 초조했다. 시청 앞에 이르렀을 때에 문득 백학규 변호사 생각이 났다. 백 변호사는 전쟁 전에 한성교회 장로였는데, 서울 수복 후부터 도 목사 가족을 돌보고 있다. 서울 수복 후에 도 목사에 대한 말들이 많았으나, 그는 생명을 구해준 은인으로 생각하고 그 가족을 한 가족처럼 돌보았다. 현 목사와도 교계 일로 자주 만나는 사이였다.
영애는 서소문 빌딩 6층에 있는 백 장로 변호사 사무실로 들어섰다.
“아니, 유 선생!”
대기실에 앉아 있던 성경희가 들어서는 영애의 손을 잡고 훌쩍거렸다.
“어쩐 일이야?”
영애는 자기 보다 두 살 아래인 성경희를 동생처럼 대하였다.
“모르겠어요?”
성경희는 경황이 없는지 훌쩍거리기만 했다.
“저는 출국심사 대기실로 들어가시는 목사님 뒷모습을 보고 되돌아왔는데, 학교에 와서야 일이 그렇게 되었다는 것을 알았어요.”
현 목사가 출국수속을 받기 위해서 안으로 들어가자 배웅객들은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단지 장로 두 분과 선임 부목사와 운전 기사만 잠시 기다리고 있는데, 출입국 사무실에 근무하는 교인으로부터 사정을 알게 되었다.
면담을 마친 손님이 방에서 나오자 둘은 바로 들어갔다.
백 변호사도 교회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면서 고개를 저었다.
“뭔가 아는 거 없소? 목사님이 그럴 사정이 있는가? 사실은 해외에 나가면 돈 쓸 일이 많지요. 선교사나 가난한 유학생을 만나면 단 돈 100 달러라도 손에 쥐어줘야 하니까….”
백 변호사는 현 목사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그런 실수를 저질렀다고 생각했다.
“절대 그럴 일이 없어요. 그분은 법을 어기면서까지 그럴 일 하실 분이 아니지 않아요?”
유영애가 펄쩍 뛰었다.
“그렇다면?”
백 변호사는 한참이나 생각하더니 전화기를 들어 직접 다이얼을 돌렸다.
평양 가는 길(56)
입력 2003-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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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4-16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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