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규는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았다. 방안 사람들이 모두 무릎을 꿇었다. 승규는 그들의 표정을 보는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 눈을 감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러나 기도 말이 되지 않았다. 속으로 '주님'하고 몇 번 불러보았다.
“인간을 당신 모습으로 창조하시고 세상의 역사를 주관하시는 주 하나님께 영광과 찬양을 드립니다. 이 시간, 세상으로부터 외롭게 떨어진 구치소 감방 안에 살아가는 형제들이 주님께 기도를 드립니다. 저희 처지와 생각을 다 아시는 주님, 저희를 주님 뜻대로 처분하여 주옵소서. 저희가 지은 세상이 죄를 제대로 깨달을 수 있는 은혜를 내려주시고, 주님 앞에 지은 죄도 깨닫게 해 주옵소서. 그래서 저희가 죄에서 자유로울 수 있게 은혜를 베푸소서. 세상과 자신을 이기기 위해 이곳에 온 형제들, 이들의 사정과 형편은 주님 아실 것이오니, 주님의 뜻대로 저희가 살아가게 하옵소서. 원하기는 이 곳에서 함께 생활하는 형제는 다섯 사람이 서로 아끼고 마음과 정을 나누면서 세상 사람들의 누리지 못하는 주님의 신령한 은혜를 체험하게 해 주옵소서. 더구나 이들의 처지를 걱정하여 고생하는 식구들이 있습니다. 그들을 위로해 주옵소서. 주님이 재판관임을 저희는 압니다. 공의로운 재판을 통해서 저희가 세상을 버리지 않기를 원합니다.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기도를 마치고 승규는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도 원군과 천가는 고개를 숙이고 들지 않았다.
“이 사람들 목사님 기도에 감동했나 봐.”
감방장이 천가의 등을 두드려야 그는 고개를 들었다.
“나 생전 기도 해 보기는 처음인데, 왜 그렇게 제 가슴이 떨리지요.”
승규도 그 말에 가슴이 떨렸다.
하나님께서 기도를 받으시고, 그 은혜를 여기에 모인 여러분들에게 나누어주고 있구나, 생각되었다. 가슴이 벅찼다.
“나 하나 제안을 하겠는데, 우리 목사님을 만난 것도 인연이니, 목사님 이 방에 계실 동안 하루에 두 번씩 기도를 부탁드립시다. 그 기도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편해지고, 아마 내가 지금까지 들은 많은 말들은 가짜가 많은데, 목사 기도를 들으니 뭔가 보통 말과는 다른 것이 느껴져요. 그러니, 우리가 뭐 기도 값을 드리지는 못하지만, 하루에 아침저녁으로 시간 보면서 기도 좀 해 주구려. 하나님이 죄인도 벌하지 않는다니 우리도 걱정이 없겠지요?”
감방장은 헛기침을 '흠흠'하고는,
“천가는 밖에서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변호사도 선임하지 못한다 하니, 우리가 좀 도와줍시다. 참, 야, 대학생, 자네는 말야, 데모를 하지 말고 열심히 공부해서 판검사 변호사가 되어 천가처럼 돈 없어 변호사를 대지 못하는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일을 하면 얼마나 좋아. 아버지 사무관 되어 좋고, 본인이 변호사 되어 좋고, 참, 목사님, 당신은 변호사가 변론을 해 주겠다는 데도 듣지 않는 모양인데, 그 변호사 천가에게 돌려줄 수 없소?”
감방장은 한번 해보는 말이라고 했으나 승규는 그렇게 들리지 않았다.
“그럽시다. 내 대신 변호해 주도록 부탁하지요.”
승규는 자기가 변호사가 된 것처럼 쉽게 대답해 버렸다.
새로 만난 사람들(9)
입력 2003-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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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6-03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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