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밤에 승규는 한잠도 자지 못했다.
기상 나팔소리에 일어나 운동장에 모여 새마을 노래를 부르면서 구치소 주변 청소를 하고서 아침 체조를 했다. 모두들 오늘 하루가 시작되고 있다는 데 대한 어떤 기대와 불안으로 들뜬 표정들이었다.
승규는 어제 낮에 끌려가서 당했던 그 청년을 두리번 거리면서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새벽 일과가 끝나고 각 방으로 들어가기까지 계속 찾아 봤으나 보이지 않았다. 그는 가슴이 철렁내려앉았다. 밤 사이에 무슨 불길한 사태가 벌어진 것이 아닌가 자꾸 생각이 헷갈렸다. 그 모든 책임이 자기에게 있는 것처럼 자책감에 짓눌렸다.
모두들 각 구치동 별로 모여 방으로 들어가는데,
“현승규!”
교도관이 그를 불러세웠다.
“나를 따라 와!”
나이가 좀 들어뵈는 교도관은 무표정하게 말했다. 그러자 다른 교도관 둘이 그를 에워쌌다. 그와 붙어 있던 원군이 놀란 눈으로 주위를 두루두루 살폈다. 천가와 감방장을 찾는 눈치였다. 승규는 원군에게 눈인사를 하고서 교도관을 따랐다.
승규 양쪽에 교도관이 한 사람씩 붙어섰고, 처음에 그를 불러세운 교도관이 뒤에 따랐다.
그들은 본관으로 들어가서 보안과장의 방을 건너 왼편으로 꺾어 들어가더니 맨 나중 방 앞에 섰다. 그리고서 잠시 승규를 세워두고 뒤에 서 따르던 교도관이 앞으로 나서서 위로부터 아래로 쫙 훑어보았다.
그러고 나서 승규 오른편에 붙어 왔던 키 크고 몸이 탄탄한 사내가 문을 열었다. 승규는 들어서는 순간 눈이 아찔해서 현기증이 났다. 전등불이 너무 밝았다.
방안에는 책상들 몇 개가 ㄱ자형으로 놓여있고, 가운데 의자가 하나 있었다. 승규에게 그 의자에 앉으라고, 몸체가 큰 사내가 눈짓으로 지시했다. 승규는 잠시 눈을 껌벅이면서 동공을 조절하고서 자리에 앉았다.
뒤를 따르던 사내가 책상을 마주하여 앉더니 승규를 쏘아보았다. 승규는 방에 들어올 때처럼 눈이 부셔서 교도관을 바로 쳐다볼 수 없었다.
“날 똑바로 봐. 당신은 세상에서 이름있는 목사라는 것을 잘 알아. 그러나 이곳은 미결수들을 재판을 받을 때까지 구치하는 구치소요. 그러므로 구치소는 구치소대로 일정한 규칙이 있소. 이곳에 들어온 이상 죄의 유무를 불문하고 우리는 모두 피의자로 인정하고 재판이 끝나 형이 확정될 때까지 구치할 의무가 있소. 그러니까, 그 점을 명심해.”
교도관은 건조한 말투로 기계처럼 이어갔다.
“당신은 참 이상한 피의자요. 변호사 접견도 마다하고, 보석 신청도 기피하고, 면회까지 사절한다는 말을 들었소. 그러면서 이 구치소가 구치소가 아닌 아주 편안한 집안처럼 생각한다는 소문도 좍 퍼졌소. 그렇다면 당신은 외환 관리법 위반을 의도적으로 한 것 같이 생각되는데, 왜냐면 이 구치소 안에서 딴 사업을 벌리려는 의도로 들어온 것 같다는 정보가 있어.”
나는 교도관의 말을 건성으로 듣다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소름이 오싹했다.
새로 만난 사람들(25)
입력 2003-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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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6-21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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