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규는 교도관의 말뜻을 얼른 알아차렸다.
 
“그 점에 대해서는 안심하십시오. 제가 저지른 범법 행위에 대해 응분의 법적 처벌을 받자는 것뿐이지 다른 의도는 없습니다. 더구나 불손한 의도를 갖고 구치소를 소란하게 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입니다. 단지 제가 변호사 접견이나 면회를 사절한 것은….”
 
“알아. 우리를 뭐 바지저고리로 아나? 설교는 교회에 가서 하시고….”
 
교도관이 승규의 말을 끊으면서 그를 쏘아봤다. 그 눈총에 승규는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아프리카 들판에서 먹이를 노리는 하이에나의 눈총처럼 적의에 차 있었다.
 
“우린 목사라도 일단 피의자로 구치소 안에 들어왔으면 피의자답게 이곳 규칙을 성실하게 지키면서 생활했으면 하는 거야. 뭐 범법자가 대단하다고 다른 피의자들에게 영웅처럼 군림하면 구치소 규칙 상 용납할 수 없다는 이 말씀이야!”
 
그의 목소리는 겨우 들릴락 말락하였으나 눈빛은 더욱 매서워졌다.
 
“전임 보안과장이 예수쟁이라서, 목사 체면 세워주느라고 특별대우 한 모양인데, 나는 택도 없어.”
 
사내의 입가에 야릇한 미소가 번졌다.
 
“신임 보안과장이시다.”
 
옆에 있던 교도관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승규는 보안과장이 오해하고 있구나 생각했다.
 
“제가 한 말씀, 저 어제 제 방에 있던 원경탁 군이 교도관에게 이유없이 구타를 당했고, 백현욱 군도 그렇게 당했습니다. 그래서….”
 
“그래서?”
 
승규는 그런 구타를 시정해 달라고 말하려는데, 보안과장이 중간에서 그의 말을 끊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승규는 과장의 시선을 피했으나, 이마에는 그의 날카로운 시선이 바늘처럼 꽂혔다.
 
“구타는 자제해 주셨으면 합니다.”
 
“네가 법무부 장관이야. 교도소장이야. 우린 장관님의 지시도 상황에 따라 달리 해석해서 이행하고 있어. 우리에게 모든 피의자들의 행동은 특수한 상황이 되는 거야. 너같은 목사들도 잔꾀를 부리는데, 하물며 사회에서 할짓 못 할짓 가리지 않고 놀던 애들을 신사적으로 다룬다는 것은 불가능해. 너도 명색이 목사니까, 잘 알지 않아. 인간은 죄의 동물이야. 죄를 지으면서 한 세상 살게 되어 있어. 죄라는 것은 지을수록 더 즐겁고, 그래서 더더욱 큰 죄를 짓게 되는 거 아냐? 목사라면 그 정도는 알아야지. 너 자신도 생각해 봐. 어떻게 하면 구실을 만들어 우리 구치소 입장을 어렵게 만들까 궁리하고 있는데, 우리가 너를 신사적으로 대할 수 있어. 너를 영웅 만들면 너는 우리 위에 앉아 아마 이 구치소 폐쇄론을 들고 나올 거야. 그러니 구타는 필요한 거야. 더 큰 실수를 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주사야. 즉 사랑의 채찍이고, 개선을 위한 동기 부여이고, 범법을 예방할 수 있는 자제력을 키우는 보약이야. 너 새끼도 한번 맛 좀 볼래?”
 
승규는 눈을 내리깔고 듣고만 있다가 한번 그의 표정을 보고 싶어서 눈을 약간 치켜뜨려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 이어서 둔탁한 것들이 온 몸을 난타하기 시작했다. 의식이 가물가물해지면서 순간적으로 이제는 죽는 것이구나 생각되었다. 그런데 그 때 힘을 다해 '주님!'을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