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규는 얼른 지프에 올라 청년 곁에 앉았다.

“저도 같이 가십시다.”
 
“가다니요? 어디를….”
 
“경찰서까지 가서 서장님께 인사도 드리고 그리고, 이 청년의 보호자니까….”
 
운전석에 앉아 있는 사내는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웃었다.
 
“아니, 지금 이 친구가 대학시험보러 하는 건가요? 보호자가 같이 가게. 목사님께서 감옥까지 같이 가시겠다는 겁니까?”
 
“제 앞에서 연행되어 가는 판인데, 나중에 저도 할 말이 있어야지요.”
 
승규는 우선 변호사를 선임해주고 싶었다. 백학규 변호사를 생각했다. 우선 경찰서까지 따라가서 전화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윗동네로부터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점점 가까이 들렸다. 사내는 다시 경적을 울리더니 차를 돌리려 공터를 찾아 더 위쪽으로 갔다.
 
차를 막 돌렸는데, 윗동네로 올라간 사내가 내려왔다. 개 짖는 소리는 뚝 그쳤다.
 
“어떻게 된 거야?”
 
사내가 운전석 옆에 올라타다가 뒤에 앉은 승규와 춘목이를 보더니 눈을 둥그렇게 떴다.
 
“목사님이시래. 경찰서까지 같이 따라 가시겠대. 같이 가신다면 우리로서도 다행이지. 목사님이 보시는 앞에서 우리가 범인을 체포했으니….”
 
사내는 비포장도로를 능숙하게 운전하면서 콧노래까지 흥얼거렸다.
 
“야. 이 친구야, 늙으신 부모님네 생각을 해서라도, 공장에서 열심히 일해서 돈 벌 생각은 안하고, 그 잘난 척하는 사람들 꼬임에 빠지면 되겠어? 자네를 꼬인 그 사람들 다 잘난 사람이야. 자네나 우리처럼 이 시골 구석에서 싫든 좋든 남 시키는 일이나 하면서 목숨을 연명하는 처지가 아니라, 돈도 있고, 권력도 있고, 학벌도 있어서, 막말로 감방에 가도 너와는 달라. 한번 생각해 봐라. 네가 감옥에 간다고 어느 누구가 돈 쓰면서 변호사라도 대 주겠니? 구치소에 갔을 때 어느 누가 면회라도 와서 뒤를 봐 주겠니? 없는 놈만 좇빠지게 일하고 쫓아다녀도 나중에는 다 황이야. 그러니 경찰에서 조사 받을 때 고분고분하고, 잘못했다고 해. 배운 것도 없어서 아무것도 몰라서 꼬임에 빠져 잠시 정신이 돌았다고. 그러면 얼마 안 살고 나올 수 있어. 잘못하다가 간첩으로 몰리면 다시 세상에 나오지 못해. 간첩죄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아? 사형이야 사형! 그리고 네 형들과 부모님은 어떻게 되는 줄 알아? 다 황이야. 자식 동생 한 놈 잘못 두었다가 집안 거덜나는 거 아주 간단해. 알았어. 나도 같은 고향이니, 말해주는 것이니 고깝게 생각 말고, 잘 생각해.”
 
차가 꼬불꼬불한 길을 천천히 엉기적거리면서 달리면서, 운전대를 잡은 사내는 쉬지 않고 달래었다.
 
“목사님, 제 말을 오해하지 마십시오. 쟤들이야 뭘 압니까. 유신이 뭔 줄 모르고, 김일성 주체사상, 자본주의, 마르크스주의를 뭘 압니까. 부모 잘 만나 많이 배운 놈들이 제 잘난 맛에 마르크시즘이니 자본주의니 하면서, 가난이 한이 되어 살아가는 공돌이들을 꾀어서 정치적으로 사상적으로 이용하자는 것이지요.”
 
차가 수동지서 앞에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