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마약을 비롯한 향정신성의약품의 오남용이 점점 더 커다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때와 장소, 계층을 가릴 것 없이 빠른 속도로 번져가고 특정 층에서 일반 서민으로 급속히 확산되는 등 선진국형 망국병으로 변화하고 있는 느낌이다.

유흥업소 종사자나 일부 연예인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마약이 학생, 회사원, 주부, 교수, 정치인등 사회지도층에게까지 급속하게 파고들고 있으며 이것은 IMF사태 이후 사회적 불안과 도덕적 타락이 가속화 되면서 마약 사용을 부추기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지난 한해 적발된 마약사범이 1만100명으로 그 중 향정신성 마약사범은 전체 마약사범의 79%인 8천여명이며 대마초 등 전통 마약사범은 22%인 2천여명, 기타 사범 1% 등이나 실제 투약자는 20∼30배에 달하고 상습 투약자도 20만에서 40만명에 달한다고 하니 모두가 경악할 일이 아닌가.

모두가 중독성이 심한 마약을 일시적인 스트레스 해소, 다이어트, 성적 쾌락을 위해 사업가, 연예인 회사원에서 주부들까지 쉽게 마약에 빠져들고 있다.

이처럼 마약사용이 급증하는 것은 중국, 태국 등지에서 생산되는 필로폰이 국내로 대량 밀수되면서 값이 떨어졌고 또한 우리나라 마약기술자들이 중국에 진출하여 필로폰을 제조, 싼값에 밀반입 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폭력 조직들이 돈 되는 마약밀수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 등이 마약확산을 부채질하는 계기가 되었는데 99년 이후 마약거래로 적발된 폭력조직만 23계파 100여명에 이른다.

또한 해외여행 자유화나 외국어학연수 등으로 외국의 마약문화에 접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도 확산의 이유이다.

외국과 교류가 급증하면서 마약에 대한 경계심이 느슨해져 직업이나 성별을 가리지 않고 마약에 쉽게 노출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더 이상 마약 안전지대가 아니다. 경찰의 지속적인 단속과 홍보에도 불구하고 마약류 사범이 근절되지 않는 것은 은밀하고 철저한 점조직 형태로 활동하고 있어 발견과 검거가 매우 어려워 수사에 애를 먹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의 관심과 제보가 매우 절실한 시점이다.

전에는 대마초가 주류였지만 요즘은 필로폰과 엑스터시, 야바(필로폰에 카페인을 섞은 것)등 신종 향정신성 마약이 범람하고 있으며, 젊은이들에게 각광받는 테크노바, 인터넷이 마약거래의 통로가 되고 유흥가 뒷골목에서 비아그라, 러미나에스정 등 전문의약품이 공공연히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얼마 전에 전직 국회의원과 국무총리의 아들, 명문대 교수, 중학교 교감 등 사회 부유층 인사들이 대마를 상습적으로 흡연해 오다가 적발되어 구속된 사건, 인기 탤런트와 가수가 필로폰 투약과 대마초를 피우다 구속되어 팬들은 물론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는 등 마약범죄가 끊이질 않고 있다.

마약에 한번 손을 대면 금단현상의 고통으로 쉽게 손을 뗄 수가 없으며 이혼 등 가족의 해체, 환각에 빠져 살인, 인질극, 자해소동, 차량질주, 대형교통사고 등 상상할 수 없는 잔인하고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며 중독자끼리 같은 주사기로 돌려 투약하다 AIDS에 걸려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는 등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후유증이 뒤따른다.

경찰은 마약류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서울·경기경찰청 등 7개 도시에 마약수사반을 설치 운영중이다. 마약류범죄 종합정보 네트워크를 구축, 수사역량을 강화하고 마약 투약자, 판매책의 색출, 제조와 공급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공항과 항만 검색을 철저히 하고 중국 등 제3국과의 수사공조도 강화하고 있다.

마약사범의 퇴치를 위해선 단속과 처벌도 중요하지만 재범을 방지하기 위해 전문병원의 치료와 재활 프로그램의 마련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중국이 망국병인 마약을 퇴치하기 위해 영국과 아편전쟁을 치르고 패하여 홍콩을 100년 동안 내주는 굴욕적인 불평등 조약을 체결했던 역사에서 보듯 마약은 자신과 사랑하는 가족은 물론 나라까지 송두리째 빼앗아가는 망국병의 주범임을 인식하고 국민 모두가 마약 척결에 적극적인 관심과 동참을 바란다. <이동수 (수원중부경찰서장)>